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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호상 “국립극장 레퍼토리 10배 늘리고 수준 높일 것”
국립극장장 연임 인터뷰
시즌제 정착 성공이어 극장 리모델링 착수
“새로운 시도 좋게 봐주는 관객에 감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즌제를 선택한 게 아니라, 시즌제로 하지 않으면 국립극장이 살아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국 예술경영 1세대, 국공립 공연기관 최초 시즌제 정착, 개혁의 아이콘… 안호상 국립극장장(58)을 수식하는 단어는 따지고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사람’이다. 앞으로 3년 더 국립극장을 이끌게 된 그를 입춘이 지나 볕이 한층 따스해진 겨울날 만났다. 안 극장장이 이번 임기까지 마치면 1952년부터 1961년까지 8년 9개월간 재임한 서항석 전 극장장이래 최장기간 국립극장을 이끌게 된다.

안호상 극장장은 2012년 부임이후 쇠락했던 국립극장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모를 통해 3년임기 극장장에 재임명 됐다. 지난 5년간은 국립예술단체 중심 제작극장으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2012년 국립극장에 부임한 이후 그는 국립극장의 소프트웨어(시즌제 도입)와 하드웨어(국립극장 리모델링)를 모두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을 받는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다. 시즌제를 도입하려면 1년치 예정 공연인 레퍼토리가 나와야하는데, 과거 공연 평가가 좋지 못하면 티켓매출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첫 시도에 리스크도 컸다. 직원들의 반발도 상당했다.

“부임때부터 주변에선 말렸습니다. 예술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힘든 그곳에 왜 가느냐고요” 안 극장장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전속단체가 있는 제작극작이라면 그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게 문제 해결의 1순위라고 생각했다. “국민 세금으로 전통 예술을 무대에 올려야하는 국가극장이 경영평가 때문에 해외뮤지컬을 대관하는데 급급하고, 전속단체는 뒷전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 관객을 끌어오고, 전속단체 중심의 제작극장으로 돌아가려면 레퍼토리 시즌제 정착이 시급했습니다”

안호상 극장장은 2012년 부임이후 쇠락했던 국립극장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모를 통해 3년임기 극장장에 재임명 됐다. 지난 5년간은 국립예술단체 중심 제작극장으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더이상 대관극장으로 운영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자 작품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1년에 두어편 공연하던 것을 세배로 늘렸다. 작품당 출연자 수를 대폭 줄이고 작품 수를 늘리자, 단원이 주역할 기회도 많아지고 동시에 2~3작품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공연 내용에는 전통을 기반으로 파격적 시도를 계속했다. 한국 무용하는데 외국안무가를 섭외하고, 창극을 만드는데 뮤지컬 감독을 데려오기도 했다. 다양성을 추구하다보니 예술계 안팎에서 반발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척박한 상황속에서 처음 탄생한 작품이 2012년 스릴러 창극 ‘장화 홍련’이다. 첫 공연인데도 매진됐다. “저도 놀라고 단원도 놀랐습니다. 관객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아마 저는 1년도 못있고 쫓겨났을 겁니다” 이후 배비장전, 서편제 등 공연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첫 시즌을 마쳤다.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에 단원들 사기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제 다섯 번 째 시즌을 이어오는 국립극장 공연은 ‘믿고 보는’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무대에 오른 국립무용단의 ‘향연(饗宴)’은 2015년 초연이래 3년 연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를 맡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초연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국립극장과 한국 전통무용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작품”이라는게 안 극장장의 설명이다. 안 극장장은 시즌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니 이제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퍼토리 시즌제가 완전히 정착을 하려면 지금보다 10배는 많은 레퍼토리가 필요합니다. 골라서 무대에 올릴 수 있어야 하니까요” 

안호상 극장장은 2012년 부임이후 쇠락했던 국립극장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모를 통해 3년임기 극장장에 재임명 됐다. 지난 5년간은 국립예술단체 중심 제작극장으로 거듭났다면, 이제는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3년 연임기간동안 또 다른 숙제는 해오름극장의 리모델링이다. 올해 말 공사에 착공해 2019년 새 시즌에 맞춰 오픈할 예정이다. 1973년 개관한 국립극장은 당시 최신식이었던 일본국립극장(1968년 완공)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그러나 가로로 긴 중앙무대는 가부키 공연에 적합한데다, ‘하나미치(花道)’라는 가부키 무대양식도 있어 왜색논란에 시달려왔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무대ㆍ객석ㆍ로비 등을 전면 개보수한다. 전통 창극과 무용에 적합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공연까지 끌어안겠다는게 목표다. 안 극장장은 “극장의 하드웨어가 공연관람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70~80%”라며 “새로운 경험을 하러 이곳까지 온 관객들이 도착부터 불편하고, 기대감이 꺾인채로 극장에 들어선다면 제대로 관람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극장 리모델링과 함께 지하주차장 건립도 추진된다. 공연 전후 주차난ㆍ교통체증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인 극장이 공사에 들어가는 탓에 자연스레 국립극장의 외유가 늘어난다. 예술의전당 대관도 타진중이고, 지방 국립단체들과 함께 공연제작도 준비중이다. 안 극장장은 “지방 순회공연이 아니라 지역공연단체들과 함께 제작해서 노하우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더불어 해외 공연도 활발하게 추진한다. 싱가폴과 프랑스에 이어 내년에는 미국ㆍ영국 극장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같은 국립극장의 흥행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안 극장장은 국립극장을 비롯, 한국전통공연의 미래는 지금 극장을 찾기 시작한 젊은세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립극장은 가장 오래된 극장이고, 전통성을 계승하는 집단이며 그런 문화를 생산하는 곳인데, 공연시장에서 보면 신규진입자나 마찬가지다”며 “기성세대 입장에서 전통은 지켜야하는 것인데, 젊은세대들에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신상에 다름없지요. 신상효과를 최대한 누리면서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한다면 지금 창극을 보러오는 2030세대가 4050이 될 때 쯤이면 든든한 관객층으로 남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고 말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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