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기의 한국경제] 총체적 난국에 ‘회의’만 하는 정부…10여개 협의체 불구 “추진력은 없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경제현안점검회의’,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물가관계 차관회의’, ‘일자리 책임관 회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민생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최근에 잇따라 출범시킨 경제관련 회의ㆍ협의 기구들이다. 하지만 협의체들이 ‘회의’만 할뿐 정작 추진력과 실행력이 크게 떨어져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장ㆍ차관급 경제관련 협의체는 굵직굵직한 것들만 10여개에 달한다. 경제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최고 경제정책 의사결정 기구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필두로 대외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수시로 발생하는 현안을 조율하는 경제현안점검회의 등이 장관급 회의로 운영중이다. 기업ㆍ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지난해 출범해 운영 중이며, 최근엔 물가가 급등하자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4년만에 부활시켰다.

차관급 협의기구로는 범정부 정책협의 기구인 차관회의를 비롯해 물가관계 차관회의, 일자리와 민생 대책을 협의하는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이 가동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을 위해 각 부처에 일자리 책임관을 임명하고, 이들로 범부처 일자리책임관회의를 출범시키도 했다.

경제현안이 생길 때마다 회의ㆍ협의체들을 출범시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추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탄핵정국의 무사안일주의와 취약한 리더십으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경제는 소비ㆍ투자 부진으로 제조업 가동률과 청년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확산돼 초비상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환율ㆍ무역ㆍ일자리 전쟁이 본격화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하는 등 대외여건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항이다.

우리경제의 활력을 위해선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정작 정부는 협의 수준의 ‘회의’에 빠져 있을 뿐 새롭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의 정책 추진의지도 읽기 어렵다. 우리경제와 기업의 고용창출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종전 대책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혁법이나 경제관련법이 주요 쟁점 조항으로 1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음에도 “경제 관련법의 통과를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기대한다”는 공허한 외침만 반복하고 있다.

통상현안에 대한 대응도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한국관광 제한 및 화장품 수출 규제에 이어 한류 등 대중문화와 순수예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중국이 사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핵심을 외면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 정책라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통상마찰 사전 차단 등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전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었으나 이례적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정부 정책의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이달 중 체감도가 높은 민생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형식적인 회의를 과감히 줄이고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무장해 정책을 실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