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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권 무시’ 선넘은 트럼프에 ‘십자포화’
-시애틀 연방지법 로바트 판사
 反이민 행정명령 집행금지 판결
 트럼프 “‘소위’판사…끔찍한 결정”
-공화 원내대표, 트럼프 공개비판
 언론도 “뼛속까지 오싹” 줄비난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취임 2주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심판대에 섰다. 이번 법적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so-called)’ 판사라는 이가 끔찍한 결정을 내렸다”며 사법부 비하 발언을 쏟아내자 ‘친정’ 공화당도 반트럼프 행렬에 가세했다. 분노한 트럼프가 삼권 분립과 사법권 독립이라는 미 헌법 기반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를 연일 비난했다.

현재 휴가지에 머물고 있는 그는 트위터에 “판사 한 명이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와 사법체계를 비난하라.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3일 로바트 판사는 “워싱턴주와 미네소타주가 낸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인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 1주일간 행정명령으로 입국이 금지됐던 이슬람 7개국 국민 6만 명의 비자가 원상복구됐다.

트럼프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끔찍한 결정”이라며 “‘소위’ 판사라는 사람의 터무니 없는 결정이다. 판사가 우리 국경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에게 열어줬다”라고 일갈했다.

이 발언을 놓고 같은 진영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소위 판사’라는 표현이 사법권에 대한 무시와 도전을 내포하고 있어, 같은 진영도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5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의 판사 비하 발언에 대해 “판사들을 지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때로 우리는 (판사들에) 실망하지만 나는 판사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판사 발언이 부적절함을 꼬집은 것으로 매코널 원내대표는 앞서 러시아 대선 해킹, 대선 부정 투표 논란 등을 놓고도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공화당 소속 벤 새스 상원의원도 ABC 방송에 “우리한테 ‘소위 판사’는 없다. ‘진짜 판사’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나는 그런 단어를 이해할 수 없다”라며 “우리한테 ‘소위 판사’도 없고 ‘소위 상원의원’도 없고 ‘소위 대통령’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번 논란에 대해선 트럼프를 적극 옹호하지 못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는 분명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는 법적 절차를 통해 다시 행정명령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논평을 통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CNN은 ‘트럼프의 뼛속까지 오싹해지는 트위터 발언’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이 트럼프의 독재국가가 되면 안된다고 믿는 이들에겐 가장 오싹한 발언”이라며 “그의 발언이 단순 도발이거나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작동을 저해하는 데 집중적으로 연루돼 있다”라며 “독립된 연방 사법부는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트럼프는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트럼프의 발언이 정치적 실책이라고 지적하며 “향후 연방법원 판사들이 반트럼프 소송에서 그에게 공세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은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공격성과 버무려진 대담함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그들은 실패하지 않고, 개혁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선 아무것도 안정적인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중함=나약함’으로 봐선 안된다. 신중함은 미덕이지 악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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