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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할리우드★와 잇단 설전… 新문화전쟁 격화
- 메릴 스트리프, 아놀드 슈워제네거, 앤젤리나 졸리 등 트럼프 비판
- 할리우드 ‘反트럼프 정서’ 팽배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도 쭉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이 안그래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반(反)트럼프 정서의 결정적 도화선이 되면서, 자칫 미 정치권과 문화ㆍ예술계의 ‘문화전쟁’으로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TV쇼 ‘어프렌티스’의 후임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독설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

그는 뜬금없이 “슈워제네거를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출마할 때, 그 쇼를 떠나야 했다. 그들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후임으로 고용했다”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시청률은 바로 추락했고, 그것은 완전한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어프렌티스는 트럼프가 제작자인 마크 버넷과 6년간 공동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도 이 쇼에서 탄생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게티이미지]

슈워제네거는 즉각 트위터에 동영상을 올려 반격했다. 그는 “트럼프,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서로 일을 바꾸면 어떻겠나”며 “당신은 시청률에서 대단한 전문가이니 TV를 이끌고, 나는 당신의 일(대통령 직)을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취임 후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을 쏟아내며 미국 내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슈워제네거는 지난달 30일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도 반이민 정책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 대사인 그는 2일 뉴욕타임스(NYT)의 기고문을 통해 “난민 정책은 공포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졸리는 “미국이 면밀한 조사 없이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 입국자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대상이 난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난민을 차단하거나 종교를 근거로 차별하는건 위험한 불장난을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앤젤리나 졸리 [사진=게티이미지]

앞서 배우 애쉬턴 커처는 미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성토로 개막 인사를 대신했다. 영화 ‘라라랜드’로 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스톤도 “우리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며 “용납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릴 스트리프는 ‘골든글로브’ 평생 공로상 수상 무대에서 트럼프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지금 이곳 시상식장은 미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외국인과 미디어 종사자들”이라며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과 언론에 대한 혐오 등을 빗댔다. 

메릴 스트리프 [사진=게티이미지]

그는 또 “할리우드에서 외국인들과 이방인들을 모두 축출한다면 아마도 예술이 아닌 풋볼이나 격투기를 볼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할리우드 배우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박수를 치며 그의 발언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트위터와 인터뷰를 통해 스트리프를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라고 비난했다.

유독 트럼프는 문화계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의 취임식 무대에 오를 아티스트가 없어 구인난을 겪었던 것도 이같은 반트럼프 기류의 연장선상에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엘튼 존, 셀린 디옹,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트럼프 측 섭외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에 스티비 원더, U2, 비욘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던 것과 비교되는 풍경이다. 유명 팝스타 레이디가가가 트럼프의 당선을 놓고 목 놓아 운 장면도 대중문화, 예술계에 팽배한 정서를 보여준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초강경 이민정책이 서서히 현실화되면 반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할리우드와 실제 미국인들의 적으로 여겨지는 진보 성향 인사들에게 수십 년째 던지는 문화전쟁의 가장 최근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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