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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7위 해운사 韓進의‘40년 영욕’…한낱 휴지로 남다
1977년 故 조중훈 창업주가 설립
2009년 12월 상장…1株 2만1300원
2011년 1월 3만8694원 정점 찍어
경영난 심화로 6년간 내리막길


“설마했는데 그게 어제(2일)라니요.”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투자자의 말대로 ‘설마’했던 한진해운의 파산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

한진해운 주가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하며 한때 2배 이상 뛰기도 했지만, 1000원을 넘기지 못하는 ‘동전주’ 신세도 됐고, 한탕을 노리는 투기성 종목이 돼버리기도 했으며, 이제는 파산절차를 앞두고 거래정지가 되며 영욕의 8년사는 막을 내리기 직전이다. 대한민국 1위, 글로벌 7위 해운사 주식의 마지막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 주식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29일이다. 회사는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에서 해운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그해 12월 2일 설립됐다. 상장당시 주가는 2만1300원. 수정주가로는 1만9317원이었다.

원래 1977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한 회사가 한진해운의 시작이다.

창업주 사후 셋째아들인 조수호 회장마저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고 아내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장기간 이어진 글로벌 해운업의 침체와 회사의 몰락, 유동성 위기, 경영진의 장고끝 악수(惡手)와 이에 따른 주가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중국 시장의 부상과 신흥국 중심의 경제성장, 해운업의 활황, 상장 효과 등이 맞물려 2010년 한 해는 주가가 2배 가까이 뛰면서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2011년 1월 7일 4만1700원(수정주가 3만8694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1년 만에 상장당일 종가보다 95.77% 오른 것이다. 수정주가로 계산하면 100.31%다. 하지만 이것이 한진해운의 마지막 역사적 고점이었다. 이후 6년 간 주가는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부터 글로벌 해운업은 무한경쟁에 돌입했고 수출입 경기는 갈수록 둔화됐으며 회사의 경영난도 심화됐다.

큰 폭으로 빠지던 주가는 고점에서 10개월 만에 9000원대까지 내려왔다. 2011년 9월 경영난 타개를 위한 유상증자 결정은 주가에 타격을 입혔다.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당시 -15%)를 찍기도 했다.

2013년, 3년 연속 적자경영에 대한항공이 자금을 긴급지원하고 이듬해인 2014년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회사 살리기에 나섰지만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는 없었다.

고점의 4분의 1수준에 그친 주가는 가끔씩 변곡점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나 이후 이전 수준의 주가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2015년 흑자를 내기도 했으나 그해 결국 주가는 3635원(2015.12.30 종가)으로 마무리됐다. 상장 당시의 20% 수준에도 못미치는 주가다.

지난해 정부의 구조조정은 한진해운 주가를 벼랑끝까지 밀고갔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구조조정 실패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해 4월 25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자 주가는 다시 하한가를 기록했다. 가격제한폭도 ±30%로 확대된터라 주가는 1825원(-29.94%)으로 하락했다.

채권단의 요구에 맞는 자구안 마련에 실패한 한진해운은 9월 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날을 포함해 3일 동안 거래가 정지되는 아픔도 있었다.

이슈에 크게 흔들리며 취약해진 주가는 이후부터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895원으로 처음으로 1000원대가 깨졌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어나며 상하한가를 오갔다. 지난해 말엔 331원(2016.12.27)까지 내려갔다.

2일 서울지방법원이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17일 파산선고를 내릴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은 다시 한 번 매매가 정지됐다. 이제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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