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검열 당하고 해명하고…트럼프 눈치보는 슈퍼볼 광고주들
-힐러리 지지자인 레이디 가가의 하프 타임 공연 반대 청원도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 슈퍼볼의 광고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광고를 수정하거나 적극 해명에 나섰다.

2일(이하 현지시간) NBC방송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슈퍼볼 광고주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대선 후유증이 심각하다. 트럼프가 취임후 몰아붙인 반이민 정책 등으로 나라가 분열돼 있다. 광고주들은 트럼프는 물론 어느쪽 시청자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84럼버 광고 캡쳐 [출처=게티이미지]

5일 슈퍼볼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티저 광고들은 대체로 유머와 유명인사들의 카메오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몇몇 광고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맥주 버드와이저 광고가 대표적이다. 버드와이저 광고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아돌푸스 부시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그렸다. 부시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미국인들에게 맞서는 장면도 담겼다. 이를두고 논란이 일자 버드와이저측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표되기 전에 만든 광고”라며 해명했다.

건축자재회사인 84럼버는 검열을 당해 광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84럼버가 처음 만든 광고에는 스페인어를 쓰는 모녀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사이에 놓인 장벽에 서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바뀐 버전에서는 해당 장벽이 사라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을 중계하는 폭스방송이 해당 장면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이 연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기 하디 마게르코 84럼버 대표는 “왜 검열을 당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야하거나 부도덕한 내용이 아니고 인종차별주의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슈퍼볼 광고에 나서는 ‘아보카도 프롬 멕시코’도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0% 국경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난처해졌다. 아보카도 생산자 협회인 ‘아보카도 프롬 멕시코’는 유머를 섞어 아보카도의 장점을 홍보하는 광고를 준비했다. 하지만 냉랭해진 미국-멕시코 양국 분위기에 맞지 않는 광고가 돼버렸다.

아우디의 ‘딸’이라는 제목의 광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버지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자동차 경주를 지켜보는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아이가 승리하고 “아우디는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아우디측은 미래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선전이다”, “자동차 광고가 아니라 생리대 광고같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선 기간 TV토론회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끔찍한 여자(nasty woman)’라고 불렀을 뿐만아니라, 성추행이나 음담패설 등이 드러나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NYT는 “트럼프 당선 이후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진 탓에 방송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슈퍼볼 광고주들이 트럼프를 자극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티모시 칼린 노스트웨스턴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대부분 기업 임원들은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잘 모르고 있다”며 “트럼프에 맞서는 것으로도 지지하는 것으로도 보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슈퍼볼 광고뿐만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하프 타임 공연 역시 논란거리다. 레이디 가가의 팬들은 만일 공연에서 정치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NBC는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공개 지지했던 레이디 가가가 공연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슈퍼볼 하프 타임 공연에 나섰던 비욘세는 흑인 인권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비욘세는 백인 경찰이 흑인을 사살한 사건 등을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올해 미국인 1억1000만명이 슈퍼볼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3억2000만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슈퍼볼 광고 단가는 30초에 500만달러(약 57억원)를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30초 광고 단가는 450만~470만달러(약 51억~54억원) 수준이었다.

ss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