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내달 초순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마친 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19일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이 주장한 뇌물공여 혐의가 이 부회장을 구속시킬 만큼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이 최 씨 일가에 건넨 돈의 ‘대가성’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건넨 금품에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최 씨에게 돈을 건넨 시점이 일반적인 뇌물 사건과 달라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독대(청탁)-뇌물공여-합병’ 순서가 아니라 ‘합병-독대-뇌물공여’ 순으로 사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검은 합병 이전에도 이 부회장이 청와대에 합병 관련 청탁을 했는지 집중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판사는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판사는 또 삼성과 박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도 입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제3자뇌물공여죄는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갔을 때만 성립한다.
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은 삼성이 정유라 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강수사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최 씨를 비밀리에 만나 정 씨에게 새로운 말을 사주기로 약속했다는 정황도 추가로 포착했다. 또 원점으로 돌아가 뇌물죄 법리를 전면 재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특검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짙다. 재청구한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뇌물죄 수사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출연금과 별개로 최 씨 모녀에게 230억 원 가량을 더 지원한 삼성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재단에 돈을 낸 다른 기업들의 뇌물죄 입증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