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세가격 하락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로 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전세는 주택시장을 읽는 데 꽤 중요한 지표다.
전세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제도다. 한국전쟁 이후 주택난을 타개하기 위해 관습상 이루어져 온 채권적 전세제도를 현행민법이 수용한 결과다. 돈이 필요한 집주인은 돈을 얻고, 살 곳이 필요한 세입자는 집을 얻는다. 전세권은 제임대를 줄 수도 있을 정도의 꽤 강력하다. 법의 보호도 촘촘하다. 번병 제도와 꽤 닮았다.
일각에서는 전세제도가 결국에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전세가 우리 금융시장에 기여하는 부분 역시 적지 않다. 이른바 자산유동화와 차입투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우선 예대금리차를 감안한다면 집 주인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보다 전세를 주는 편이 낫다. 또 자산가격 상승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른바 초과수요, 즉 투기적 수요다. 이용가치로만 접근하는 실수요자만 존재한다면 자산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주택시장에서 초과수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전세다. 레버리지는 한정된 자본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gap) 투자’가 주택가격 상승기에 꼭 나타나는 이유다.
한편 전세와 함께 또다른 첨단(?) 투자기법으로 꼽히는 분양권은 어떨까? 금융으로 따지면 일종의 옵션이다. 시세가 불투명하고, 법적보호도 약해 투자위험이 지나치게 높다. 어찌보면 전세보다 먼저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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