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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어도, 설입니다③] “취업하고 첫 명절 금의환향…아직 취준생 사촌 눈치가…”
-“취업 성공해 고향 내려가지만, 취업 못 한 친척 생각나”
-취업 얘기에 가족 간 싸움까지…오히려 말조심 분위기
-“어려운 상황 속 가족 간에도 이해와 배려 필요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해 말 한 중견기업에 취직한 이성준(28) 씨는 오는 설을 생각하면 설레면서도 걱정이 된다. 이제 “취업은 했냐”는 친척들의 질책성(?) 질문 대신 축하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아직 취준생 신분인 사촌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씨의 사촌 4명 중 아직 2명은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는 취업이 기쁘고, 고향에 가서 자랑도 하고 싶다”며 “그러나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사촌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취업에 성공해 ‘금의환향’을 앞둔 청년들에게 여전히 설 명절은 추웠다.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또래 친척 생각에 마음 놓고 취업 사실을 자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었다. [사진=123rf]

취업에 성공해 첫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금의환향’을 앞둔 청년들은 싱숭생숭하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또래 친척 생각에 마음 놓고 취업 사실을 자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전년대비 0.6%p 증가한 9.8%로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청년 실업자 수는 지난해 42만5000명에서 45만6000명으로 7.4% 증가했고, 고졸 학력자의 실업률도 같은 기간 43만3000명에서 44만3000명으로 2.3% 증가했다. 취업률만 보면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지만, 대졸 이상 학력 실업자 중 청년이 23만6000명으로 전체의 51.8%를 차지하는 등 체감 실업률은 더 높은 상황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취업을 했더라도 마음 놓고 취업을 자랑하기 어렵다. 지난해 공기업에 취업한 김모(31) 씨도 뒤늦게 취업에 성공해 ‘금의환향’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고향에 내려가더라도 말은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예전 자신의 취업 문제 때문에 명절날 가족들 사이에 싸움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른 시험을 준비하다 포기하고 공기업에 도전한다고 하자 고모가 부모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해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다”며 “이번에 군입대를 앞둔 사촌에게 괜한 말을 하게 될까 걱정돼 최대한 말을 아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들고 가게 돼 기쁘기만 하다는 경우도 있다. 올해부터 대기업에 출근을 시작한 유모(24ㆍ여) 씨는 “요즘 신문에 도배되는 ‘친척들의 참견’을 당당하게 뿌리칠 수 있는 첫 명절”이라며 “다음 명절은 모르겠지만, 이번 명절만큼은 그동안 상처를 줬던 친척들에게 되돌려줄 생각만 하겠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속되는 청년 실업률 증가로 이제 명절날 가족 간에 나누는 덕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청년 실업률을 낮춰 명절에도 청년들이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만, 가족 사이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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