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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공간 같은일 돈 더받는 옆친구…대학생 현장실습 주먹구구식 지원비
부처별 편차 등 기준없이 진행
경상대 산학협력정책硏 보고서


#1. A대학교에 다니는 학생 박모 씨는 지난해 1학기에 한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하지만 이내 상대적 박탈감에 빠졌다. 실습 기간 동안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B대학교의 유모 씨의 실습지원비를 알고 난 후부터다. 박 씨는 유 씨의 실습지원비가 자신보다 50만원이나 많다는 점을 알고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박 씨는 ‘ㄱ’부처의 사업을 통해 지원받고 유 씨는 ‘ㄴ’부처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 지방 국립대인 C대학의 현장실습지원센터 직원은 실습기관과 학생을 모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이 ‘ㄷ’부처의 사업을 지원받아 현장실습을 수행해야 하지만, 기업들에서는 실습지원비의 정부보조금이 많은 ‘ㄹ’부처의 사업을 통해 현장실습을 수행하는 학생들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부처 사업을 지원받는 학생들 간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기업별로 인적자원을 별도로 운영하다보니 실습지원기관 발굴을 위한 센터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프로그램이 동일 사업에 대한 부처간의 차별 지원에 대해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현장실습 제도’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장실습ㆍ인턴ㆍ취업연수 등으로 난립한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동일 사업에 대한 부처간의 차별 지원을 정부가 나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연구책임자 이종호 교수)가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조사, 발표한 ‘부처별 현장실습 관련 사업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실습 사업 참여자인 학생과 기업ㆍ학교 모두 사업ㆍ주체ㆍ대학별 지원 내용의 중복 및 차이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앙 부처 주도의 현장실습은 총 14개 부ㆍ청에서 30개를 실시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사업 역시 13개 지역, 22개 사업에 이르렀다.

우선 학생들의 측면에선 소속된 대학과 학과가 어떤 부처의 사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같은 현장실습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지원받는 내용이 다르다. 이에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진은 “부처별 지원 금액의 편차가 커서 학생들이 교육의 목적이 아닌 현장실습지원비 금액에 따라 실습 참여를 결정짓고 있는 실정”이라며 “학생들이 실습비 차액에 불만을 갖지 않도록 적정선으로 명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아직 현장실습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특정 부처 사업의 경우 실습생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사업비로 지원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학생에게 실습 지원비를 전혀 주지 않고도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 사업을 계기로 기존에 오랫동안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기업조차도 기업의 부담금이 있는 사업의 현장 실습엔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대학의 측면에서도 실습비의 편차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그 동안 잘 수행하던 사업의 참여율이 저조해지다보니 실무자들은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부담감도 발생하게 됐다.

이런 부작용의 원인으로 현장실습에 대한 명확한 정의없이 부처별로 중복투자한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부처별로 대학생 현장실습이 교육인지 근로인지에 대한 목적도 명확히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현장실습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많은 현장실습 사업이 한정된 지역 소재의 기업 안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다보니 기업 발굴 및 성과 지표 달성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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