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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권보다 개성 선호, 고유 아지트 만드는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의 창조 공간

 

[헤럴드경제] 먹거리, 볼거리, 쇼핑장소가 즐비한 상권인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압구정은 현재 높은 임대료와 한정된 주제의 로테이션에 막혀 있어서  ‘개성의 획일화’에 지친 패션 선도자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상권으로 빠져 나가는 추세다. 그런데 미국에서 그래픽디자인과 경영학,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고 돌아온 ‘수피(SUPY)’의 이계창 대표는 근처도 아닌 전혀 새로운 구역만이 젊음과 감각을 수용할 편집숍을 만들 최적의 장소라 여겼다고 한다. 

국내/외의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된 의류, 모자, 액세서리, 슈즈 등 소품에서 자전거, 서핑보드, 블루투스 스피커 종류의 취미, 인테리어 상품까지 거침없이 수용하는 독특한 편집숍, 수피는 패션의 명가들이 언더그라운드, 키치적인 공간에서 출발했듯 영세한 수제슈즈 장인들의 명소이기도 한 성수동에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1월 초 터를 잡고 10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음산하기까지 한 낡은 공장 건물을 독창적인 편집숍 매장으로 개조했다. 또한 화려한 상권을 피한 만큼, 유행을 선도하면서도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기존 한국 편집숍의 이미지를 깨기 위해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공업, 산업지대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파격적인 팝아트와 심플한 모더니즘이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지난 12월에는 제본소였던 1층 건물을 매장으로 확장 오픈해, 1층은 편집숍에 익숙한 이들을 위한 친숙하고 심플한 동선을 만들었고, 2층은 자유분방한 비주류의 느낌을 살려 최신 트렌드와 파격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유럽을 비롯해 중국, 일본 고객들까지 먼 길 걸음을 마다하지 않는 수피의 BGM은 유행가나 OST가 아니다. 수피의 스피커에서는 힙합, R&B, 몽환적인 일렉트로닉에서 신나는 EDM까지 가리지 않고 고객을 들뜨게 만드는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 수피라는 이름은 ‘성공적인 해적’의 약칭에서 따 왔다. 각각 엘리트주의와 해적의 자유로움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대표는 고가나 저가로 몰린 양극단적인 편향보다 중고에서 중저가까지 넓은 영역 대의 제품들을 취급하며, 기존 편집숍의 한정된 리스트에서 갈증을 느꼈던 구매자들을 주로 목표로 삼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있는 수피의 새로운 전략 중 하나는 온라인 사이트와 병행하는 퍼스널 쇼핑 지원이다.
 
현재 베타 버전까지 진행된 ‘수피픽’이라는 스타일 매칭은 수피의 제품들을 취합해서 토탈룩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풀 코디네이션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수피의 직원들은 스타일리스트 쇼퍼를 지향하고 있으며, 고객층은 주로 국내외의 20대 중후분에서 30대 초반을 중심으로 해외의 ‘러브&피스’ 세대들까지 수피의 아이템들을 애용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40대들도 클릭 한 번으로도 세계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세대들이기에, 조만간 한국에서도 50-60대 패셔니스타들이 등장해 패션 선진화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창립 1년이지만 시즌오프 세일, 브랜드 데이 등 다양한 행사로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을 고객들에게 매칭시키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숍마스터로서 이 대표는 수피가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의류와 소품 매장으로 남기보다는, 패션을 문화와 접목시킬 방안을 꾸준히 연구할 것이라고 한다.

정명우 기자 / andyjung7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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