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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양은 달라도 의미는 하나…새해 음식열전
美 ‘호핑 존’·네덜란드 ‘올리볼렌’·中‘쟈오쯔’ 등 다채…무병장수·행복·행운 기원 한마음

본격적인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음력 설이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새해가 밝으면 떡국을 먹는데, 이는 긴 가래떡처럼 장수하라는 의미와 동그랗게 썬 엽전 모양의 떡국 떡처럼 재복을 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 떡국이 있듯이 다른 나라에도 특별한 새해 음식이 있다. 일본의 오세치, 네덜란드의 올리볼렌 등 각 나라마다 새해 음식은 다르지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는 모두 같다. 세계 여러 나라의 다채로운 새해 음식을 소개한다.



▶미국의 ‘호핑 존’=남부 지방의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호핑 존(Hopping John)’은 남북전쟁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먹는 음식이 됐다. 남북전쟁 막바지인 1864년, 북군이 남부에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모든 것을 불태웠는데 유일하게 동부 콩과 순무 잎사귀만 남겨놨다. 간신히 살아남은 남부 주민들은 당시 가축 사료로 사용되던 동부 콩과 순무 이파리를 먹으면서 버텼다. 여기서 호핑 존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핑 존은 검은콩, 쌀, 돼지고기에 남은 채소를 몽땅 썰어 넣고 끊이는 음식으로 검은콩은 동전, 푸른 채소는 지폐의 푸른색을 닮아 부를 상징한다. 각 재료가 부를 상징해 한 해 동안 돈이 굴러들어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진짜 동전을 넣기도 하는데, 호핑 존을 먹다가 동전을 발견하면 1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고 한다.

▶영국의 ‘민스 파이’=‘민스 파이(Mince pie)’는 다진고기(mince meat)를 속재료로 넣고 만드는 파이로, 치웨트(chewette)라는 중세의 패스트리에서 유래했다. 13세기 영국의 십자군들이 중동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음식에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동에서 고기, 과일 등을 다져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유행했는데, 그 방식으로 파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의 민스파이는 소나 양의 지방으로 만든 고기를 속재료로 채웠지만, 현재는 고기 대신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감귤류 등을 넣어 만들기도 한다.

영국에서 민스파이는 크리스마스 음식 겸 새해 음식이다.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부터 12일간 매일 민스파이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민스파이는 손님 접대용으로도 자주 이용되는 음식이다.

▶네덜란드의 ‘올리볼렌’=네덜란드에서는 새해에 ‘올리볼렌(Oliebollen)’이라는 도넛을 먹는다. 올리볼렌은 건포도나 사과 같은 말린 과일을 밀가루 반죽에 넣어 기름에 튀긴 둥근 모양의 도넛이다. 이름에서 올리(olie)는 기름을, 볼(bol)은 공을 가리키며 ‘기름에 튀긴 공’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올리볼렌은 6세기경 네덜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네덜란드에 살던 게르만족에게는 겨울 밤이면 악령들이 날아다니며 칼을 배에 찌르는 저주를 퍼부었는데, 올리볼렌을 먹은 사람들은 도넛의 기름기가 칼을 배에서 미끄러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올리볼렌은 악귀를 쫓는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생겨났고, 새해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평안을 기원하며 먹는 음식이 됐다.

▶이탈리아의 ‘코테치노 콘 렌티치’=‘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는 돼지 족을 이용해 만든 소시지에 렌틸콩을 얹어 먹는 이탈리아의 새해 음식이다. 채소, 우유, 와인을 넣은 물에 돼지 족을 넣어 푹 삶아 뼈를 제거한 뒤 껍질과 고기를 잘게 다져 소시지로 만든 후 볶은 채소와 볶은 렌틸콩을 얹어 먹는다.

이탈리아인들은 땅을 긁지 않는 돼지를 먹으면 한 해를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긁는다(Scratch)가 ‘궁핍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렌틸콩은 ‘돈’과 ‘부유함’을 상징한다. 새해에 금전운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음식이다.

▶멕시코의 ‘포도 12알’=멕시코에서는 새해가 밝으면 포도 12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포도 알 12개는 새해 12달을 의미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새해 종이 12번 울릴 때에 맞춰 포도를 한 알씩 먹으면서 소원을 빈다.

이 때 소원을 남에게 말하면 행운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포도알이 시면 그 달은 운이 좋지 않고, 다음에 먹은 포도알이 달면 다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도 있다.

이러한 풍습은 1900년대 초 스페인에서 여분의 포도를 소비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새해의 풍습으로 굳어졌다고 전해진다.

멕시코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쿠바에서도 새해에 포도 12알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쟈오쯔’=영토가 넓은 중국은 지역마다 새해 음식도 다른데, 북방 지역에서는 중국의 설인 춘절에 ‘쟈오쯔(餃子)’를 먹는다. 쟈오쯔에는 ‘해가 바뀌고 새해가 밝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쟈오쯔는 밀가루로 반죽한 피에 다진 돼지고기, 채소 등의 소를 넣고 빚은 만두다. 삶거나 찌거나 기름에 지져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다.

복을 기원하며 여러 속재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장수를 바라는 국수, 가족운을 기원하는 땅콩, 승진운을 기원하는 찹쌀떡 등이다. 일부는 동전이나 대추를 넣어 금전운이나 자식운을 점치기도 한다.

쟈오쯔는 중국 동한 말기에 의사 장중경이 백성들의 귀에 걸린 동상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치료 목적에서 송구영신의 의미로 바뀌어 새해에 먹는 음식이 됐다.

▶일본의 ‘오세치’=일본에서는 양력 1월 1일부터 3일간 새해를 기념하는데, 이 때는 신이 집안에 들어온다고 믿어 취사를 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신이 3일 동안 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소음이나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신에게 공양하던 음식인 ‘오세치(お節)’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먹는다. 일반적으로 3~5단 찬합에 검은콩 조림, 멸치 조림, 찐 새우, 연근 조림, 밤 조림, 다시마, 청어 알 등을 담아서 만든다. 검은콩은 건강, 새우는 장수, 연근은 지혜, 밤은 재물, 다시마는 행운, 청어 알은 자손의 번영을 의미한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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