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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潘의 8일, ‘감동’ 대신 ‘잡음’ 행보…조직력ㆍ노선ㆍ전략 ‘3無’가 발목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19일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귀국 여드레째를 맞았다. 그동안 민심을 훑기 위한 민생행보를 표방하고 서울과 영ㆍ호남을 누비는 광폭의 강행군을 보였지만 여론의 평가가 곱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감동 대신 잡음 뿐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귀국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는 커녕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반 전 총장 측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측에서도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반 전 총장 핵심 인사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전화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조직력ㆍ노선ㆍ전략 부재, 즉 ‘3무’(無)다.

먼저 반 전 총장의 행보와 발언은 ‘현장에서 우왕좌왕, 메시지는 오락가락’ 양상이었다.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이끌고 있는 사실상의 ‘캠프’가 정비되지 않아 현장 통제부터 대외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반 전 총장측은 외교관출신 인사가 주축인 ‘광화문팀’과 이명박 정부 출신인 이른바 MB계가 주도하는 ‘마포팀’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충청권 출신 유력 인사들이 있는 외곽 지원그룹과 팬클럽 등 지지모임이 가세했다. 사람은 많이 모였지만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각 세력간 알력이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혼선은 귀국 당일 공항에서부터 빚어졌다. 반 전 총장이 어느 게이트로 나올 것인지를 두고 오락가락했다. 생수 및 공항철도 티켓 구매 논란(12일), 현중원 방명록 ‘커닝’ 논란(13일), 턱받이ㆍ조류인플루엔자 방역체험ㆍ퇴주잔 논란(14일), 봉하마을 방명록(‘사람사는 사회’)ㆍ팽목항에서 박순자 의원 과잉의전 논란(17일), 위안부 협상 관련 발언 및 취재진 향한 막말 논란(18일) 등 거의 매일 ‘잡음’이 인 것도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노선과 콘텐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정치 철학이나 국정운영의 비전을 온전하게 보여주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잘 대처하시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 ‘청년인턴제 확대’를 얘기하고 젊은이들에겐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해야 한다”고 한 발언, 세월호 유가족에게 “정부를 믿어도 좋다”고 한 당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론으로 확실한 안보관을 보여준 것 외에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아직까지 보여주진 못했다.

‘민생행보 후 정치행보’를 원칙으로 한 전략도 결국은 역효과를 냈다.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하면서도 일단은 정치권과 선을 긋겠다는 전략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귀국 즉시 다양한 정치세력 및 지도자들과 만나 폭넓은 교감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반 전 총장과의 연대가 유력하게 꼽혔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은 물론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에서조차 부정적인 평가와 발언이 잇따랐다. 정치권과의 만남을 설 연휴 이후로 미뤄왔던 전략이 오히려 반 전 총장의 운신 폭을 좁힌 결과라는 분석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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