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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삼성, 뇌물ㆍ위증ㆍ횡령 3대 혐의 “단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
-협박과 강요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
-뇌물,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시기, 대가성과 연결고리 없어
-횡령? 공식절차 밟아 회계처리
-위증? 최씨 존재 몰랐고, 대가 바라고 지원하지 않아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과 특검간 법리 전쟁이 막 올랐다.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16일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은 18일로 예정된 법원의 영장실질 심사에서 특검 혐의의 부당함을 파고들면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 받아야하는방어논리를 적극 펼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삼성이 비선실세인 최순실(61)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 측으로 흘러들어간 삼성 지원금의 성격이 뇌물인지, 강요 때문에 팔을 비틀려 내놓은 돈인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법적 지위는 달라진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 3가지다.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삼성그룹 측 입장은 일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에 가까운 요구 때문에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삼성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삼성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혐의는 ‘뇌물공여’다. 이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수사의 가장 큰 줄기이기도 하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자로 적시했다는 것은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자금이 ‘대가성을 노린 뇌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부 측 지원을 대가로 삼성이 최씨일가를 지원했다는 뜻이다.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하게 청탁한 결과물이란 게 특검 논리다.

삼성은 박대통령과 최씨 측 강요에 지원했을 뿐 합병 대가와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 승마 지원을 압박받은 시점이 합병이 성사된 이후였다는 점에서 시기상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삼성이 최씨 일가를 지원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결정된 시기를 되짚어보면 삼성이 양사 합병을 결의한 건 2015년 5월26일이다. 이후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7월10일 두 회사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찬성키로 결정했고 7월17일 양사 주주총회에선 합병안이 통과했다. 당시 삼성 측에서는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이 최씨 일가 지원이 갑자기 나선 것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이후다. 그해 7월 25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삼성이 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자리는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결정한 지 15일 후, 양사 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된 지 8일 후 이뤄졌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 지원을 대가로 승마를 지원하기로 했다면, 합병이 결정된 후 굳이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불러서 질책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은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이 부회장은 작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승마협회 지원 이유를 추궁받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영장심사에서는 삼성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대통령의 합병 지원을 노리고 최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정황이 소명돼야 한다. 박대통령과 최씨 압박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최씨가 박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압력을 행사해 돈을 받아냈다고 인정될 경우 삼성은 강요ㆍ공갈 행위의 피해자가 된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하거나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 등은 모두 청와대 강요에 따른 것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삼성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승마 지원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회계처리했다고 설명했다.뇌물이라면 미르ㆍK스포츠재단이나 승마협회에 드러내놓고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이 부회장이 회삿돈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으므로 횡령에 해당된다는 특검 판단에 대해서도 삼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박대통령과 최씨 일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기에 횡령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최씨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될 당시 최씨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이 여러 정황상 최씨 존재를 미리 알았다고 판단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을 구속해 방어권을 제약하겠다는 특검 처사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압수 수색을 세차례 당한 가운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은 기본적으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도 모두 특검에 전달돼있고,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조치된 상태로 외국으로 도주할 가능성도 없다”며 “사정기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한 이 부회장을 구속해 방어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1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심문은 조의연(51ㆍ사법연수원 24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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