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메시지’ 후 국회 교섭단체 4당이 13일 일제히 평가표를 내놨다. 당마다 묘하게 입장이 갈린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대신 야권을 비난하며 ‘대변인’을 자임했고, 새누리당은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말을 아꼈고, 더불어민주당은 ‘실패한 데뷔전’이라 혹평했다.

4당 중 가장 적극적으로 환영 뜻을 밝힌 건 바른정당이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귀국하면서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선언한 데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문을 열었다.

새누리당도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 메시지를 환영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는 또 다른 뉘앙스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요한 건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란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엄중한 조국 현실에서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와 패권 청산이란 최대 과제에 어떻게 노력하고 실천하는지 새누리당은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지켜보겠다”며 다소 거리를 둔 건 반 전 총장의 행보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반 전 총장 측의 이상일 전 의원은 최근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정계의 예측도 비슷하다. 반 전 총장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왔던 새누리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비판적 지지’에 가깝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이나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조배숙 정책위의장이 “정권창출을 위해 손학규도 반기문도 모셔와야 한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지도부 공개발언과 달리 당 논평에선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의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아니라 국민이 진정 바라는 건 ‘정권교체를 통한 정치교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를 “실패했다”고 일축했다. 추미애 대표는 “10년간 나라를 망치며 ‘이명박근혜’ 정권과 기득권을 누린 사람과 무엇을 함께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상수ㆍ박병국ㆍ유은수 기자/d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