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빚은 3억달러” 작년 자진 공개한 부채 규모의 3배
-‘부동산 투자자’ 트럼프 vs ‘대통령’ 트럼프 ‘이해 상충 우려’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부동산 투자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그동안 쌓아온 미 금융권의 부채만 150여 곳에 10억달러(한화 1조184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가 공개한 것과 3배 이상 차이나는 규모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정부와 금융권 간 이해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WSJ이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의뢰해 트럼프의 금융권 부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퍼져있는 트럼프의 부채만 1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뱅가드사(社) 2억2570만달러(한화 2678억원), 티 로 프라이스 9820만달러(1165억원), JP 모건이 5100만달러(605억원) 순으로 150여개사가 트럼프 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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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
그중 일부는 트럼프 개인 보증을 바탕으로 한 유가 증권으로, 이른 바 ‘증권화’ 과정을 거쳐 투자자들에게 팔렸다. 웰스 파고는 트럼프 관련 상품을 최소 5개 뮤추얼 펀드에 편입했으며, 트럼프 소유 부동산에 9억5000만달러(1조1272억원)의 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웰스 파고는 현재 사기성 판매 관행으로, 미연방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업체가 금융사에 부채를 지는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의 경우 채권의 형태가 훨씬 복잡하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지난해 5월 트럼프는 자신의 사업 관련 부채로 3억1500만달러, 10개의 회사가 얽혀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분석 결과 트럼프의 주장과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규모다.
문제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 투자자’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 간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다는 점이다.
WSJ은 ”관련 채권을 보유한 금융사들이 트럼프 위에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천문학적인 금융권 부채를 진 트럼프가 행정부의 수장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독립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맥케인의 선거를 도왔던 트레버 포터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자의 사업에 문제가 발생해 대통령이 금융권으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볼모로 잡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렌스 노블 전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변호사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 리스크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의 관련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금융권 전반에 충격은 물론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벌써부터 미 월가에선 트럼프 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다. ‘부채의 왕’ 트럼프가 50년이나 100년물 장기국채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캠페인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 경험을 발판으로 미국 공공부채 다루는 데 있어 창조적인 점근을 할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트럼프 정부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티븐 므누신도 지난해 11월 “미국 국채 만기가 더 길어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미국 재무부나 금융시장 투자자들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는 기업인과 대통령 간 이해상충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기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로 잡혔던 기자회견이 오는 11일로 연기된 가운데, 이 자리에서 그가 자신의 부동산과 개인 투자 관련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bonjo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