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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스토리]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전액 장학금 받고 다니는 로스쿨 학생 1000명”
-올 6월 2차를 마지막으로 사시제도 폐지…로스쿨 유일한 법조인 양성 제도
-“로스쿨 ‘금수저’만 다닌다는 건 편견”…“입학과정 투명성 공정성 계속 개선중”
-“무이자 대여장학금 제도 도입해 누구나 학비 걱정없이 다닐 수 있도록 추진“




[헤럴드경제=박일한ㆍ김현일 기자] 올해 법조인 선발 제도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1963년 시행된 이래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불렸던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예정된 2차 시험이 ‘마지막 무대’다. 사법시험은 이제 그 자리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내주게 됐다.

로스쿨은 지난 8년간 이어진 사법시험과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불공정 입학 논란과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로스쿨은 그 오명을 씻기 위해 변화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5월 전국 25개 로스쿨을 총괄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에 선출된 이형규(61)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앞에 섰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지난 12월28일 서울 한양대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이제 진짜 로스쿨만이 유일한 법조인 선발제도가 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순간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19대 국회 때 폐기됐던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또 제출됐네요. 국회가 로스쿨법을 만들어 놓고 또 다시 사시 존치를 논하고 있으니 아직도 변수는 있는 셈입니다.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국회는 물론 정부와 사회가 도와줘야합니다.”

▶“돈 없어도 로스쿨 다니는 사람 953명”= 로스쿨은 지난해 부정입학과 고액 등록금 논란으로 ‘돈스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로스쿨이 잇단 악재로 홍역을 치르자 출범 8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이사장도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돈 없는 사람은 로스쿨을 못 다닌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작년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 6000명 중 953명이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고 다녔어요. 전체의 16%나 됩니다. 장학금을 한 푼도 안 받는 학생은 전체의 5~10%밖에 안돼요. 90% 이상 학생이 적게는 20%에서 100%까지 학비를 면제받습니다. 학교별로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으로 지급합니다. 등록금 자체가 전보다 15% 내리기도 했구요.”

이 이사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할 능력이 있는 인재라면 누구나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고,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활용해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림동 고시 준비생 중 약 3%정도만 합격합니다. 장기간의 고시공부로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도 사시에 매달리는 ‘고시 낭인’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학원비, 고시원 생활비 등 사시 공부도 사실 돈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이젠 더 이상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조인이 되고 싶으면 로스쿨에 입학해서 교육과정을 마치면 대부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이 이사장은 이런 맥락에서 현재 55% 수준인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을 80%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시험이 소수의 합격자 규모를 정해놓고 경쟁하는 사시처럼 운용돼선 안되고,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일정점수 이상 획득하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변호사 특권 의식 버려야”= 변호사업계는 괜찮을까. 2007년 8000명 수준이던 변호사가 10년 만에 2만명을 넘어서면서 변호사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라는 진단이 많다. 대한변호사협회 전 사무총장인 황용환 변호사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를 줄여 달라는 헌법소원을 내기까지 했다. 매년 1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1인당 수임 건수가 급격히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사장은 변호사업계의 이런 우려가 곧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로스쿨 시대 변호사는 소수 특권층으로 존재했던 사시 체제의 변호사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권 의식만 버린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변호사가 됐다고 한 번에 신분상승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변호사는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법률 전문가일 뿐입니다. 변호사가 넘친다고 하는데 지방 로펌을 보세요. 한참 모자랍니다. 앞으로 변호사는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어떤 곳이건 들어가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송무 업무만 하겠다고 해선 안됩니다. 과거 법대 졸업생이 주로 일했던 기업 법무팀부터 지방의 자그마한 법률사무소 등이 모두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 같은 변호사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입학과정 투명성ㆍ공정성 논란 없도록 하겠다”= 논란이 돼온 로스쿨 입학과정의 투명성, 공정성 시비는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과거 면접 때 아버지나 가까운 친인척이 사법기관의 주요 직책을 지냈다고 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자기소개서에도 그런 부분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지요. 명문대생 위주로 뽑는다고 해서 지금은 심지어 대학명도 가리고 이수과목, 성적 등 다른 기준만 참고하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로스쿨이 입학시험의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개량화할 수 있는 ‘정량평가’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시험성적 등 객관적인 기준만 놓고 사람을 뽑으니 다양성이 오히려 더 훼손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량평가를 강화하니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출신과 나이가 어린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더군요. 예전엔 서류평가에서 로스쿨이 없는 대학의 법대생들이나 지방대 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줘서 뽑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선발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대여장학금제…임기 중 기틀 다질 것”= 이 이사장은 임기 중 꼭 도입하고 싶은 제도로 ‘무이자 대여장학금제’를 꼽았다. 재학 중 등록금을 대여해주고 취업후 5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원금만 갚도록 하는 제도다. 이 이사장은 이 제도가 로스쿨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고도 학생들이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학비의 50%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있다면 나머지 50%를 이 무이자 대여장학금제를 통해 빌리면 부모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전액 장학생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게되는 것이다. 빌린 돈은 취업후 스스로 벌어 갚아 나가면 된다.

“대여장학금제가 도입되면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보다 많은 학생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남은 1년 6개월의 임기 동안 그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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