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People & Data] 쇼팽·드뷔시·브람스곡 연주 ‘침묵의 탄성’…600명 팬들에 일일이 사인 선물 조성진
뚜껑을 열기도 전에 기대가 대단했다. ‘2015년 쇼팽콩쿠르 한국 최초의 우승자’ 조성진의 수상 후 첫 고국 리사이틀이 열린다는 소식에 콘서트 예매시작 9분만에 전석 매진됐다. 뿐만이랴, 막상 공연을 앞두고는 웃돈을 얹은 티켓이라도 구하겠다는 팬들로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가 들썩였다.

공연장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기대는 이미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다. 2000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빈 자리없이 모두 들어찼고, 공연 후 사인회가 있다는 소식에 앙코르 곡이 끝나기도 전에 로비엔 긴 줄이 형성됐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온 것이 분명할 어린 피아니스트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조성진을 응원하는 팬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600여명의 인파가 사인을 받겠다고 몰려드는 바람에 로비는 북새통을 이뤘고, 사인회는 예정시간이던 45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날 수 있었다. 롯데콘서트홀은 3일 열린 조성진 리사이틀이 개관 이후 가장 많은 유료판매(1984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런 팬들의 기대의 무게를 견디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다. 그 어마어마한 중력의 무게를 뚫고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탄성과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3일 리사이틀에서 만난 조성진의 연주가 딱 그랬다. 2부 시작곡인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Op.23의 첫 음을 예상보다 강렬하게 시작한 조성진은 청중을 단박에 사로잡으며, 이어진 발라드 곡들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했다. 연주 종료 후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에 수줍은듯 인사한 더벅머리 총각은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선사했다. 고요하고도 차가운 겨울날의 달 밤을 그리듯 느리고 우아한 연주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고, 이어진 헝가리 무곡은 앞선 달빛과 정반대의 파워풀한 연주로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리사이틀 마지막날인 4일엔 쇼팽의 24개 프렐류드를 연주한다. 2015년 콩쿠르 당시 본선 3차에서 연주한 곡으로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을 얻게 한 바로 그 곡이다.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조성진의 올해 스케줄은 상당히 빡빡하다. 예정된 올해 연주만 80여회다. 쇼팽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등 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2월엔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카네기홀 메인홀에서 데뷔한다. 한국에선 그의 독주회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5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한 번 더 남아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