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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2% 신약 탄생‘고난의 길’…‘성장통’제약 빅3 올해는…
폐암신약·당뇨신약 계약 파기
한미약품 잇단 기술수출 좌절
유한양행, 中 일방적 이전계약해지
녹십자도 美 임상3상 중단 결정

신약개발 평균기간 10년·비용 1조
전문가 “일희일비말고 긴호흡 필요”


지난해 잇따른 기술수출 성공소식으로 한껏 고무됐던 제약업계가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 국내 제약업계 소위 ‘빅3’ 기업들이 잇따라 기술 수출 해지, 임상시험 중단과 같은 악재 소식이 들려오면서 글로벌 의약품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지난 해 일어났던 일들을 교훈삼아 올 한 해는 제약산업이 다시 도약하는 중요한 한 해로 전망하고 있다. 일종의 ‘성장통’을 딛고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리에 힘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두 번의 ‘좌절’로 신약개발 어려움 방증=지난 해 한미약품은 제약업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다만 2015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소식으로 업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됐다면 지난해에는 잇따라 기술수출 계약에 균열이 생기며 업계의 불안한 골칫덩이가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에 8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올무티닙’이 지난 해 9월 계약이 전면 파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한미약품의 이런 악재 공시가 늦어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미약품의 좌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또 다시 기술수출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이번에는 지난 2015년 사노피와 체결한 당뇨 신약 ‘퀀텀 프로젝트’의 일부 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은 퀀텀 프로젝트 체결 당시 받은 계약금 4억 유로(5050억원) 중 1억9600만 유로(2500억원)를 2018년까지 반환하게 됐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체결한 35억 유로(4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은 27억 유로 규모로 축소됐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측은 “사노피가 상업화에 근접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에 집중하고 당사는 당뇨 치료 옵션의 미래 유망 신약으로 평가받는 주1회 인슐린 콤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글로벌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약강국의 길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녹십자도 신약 개발 과정 ‘삐걱’=지난 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한건 한미약품뿐만이 아니었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지난 28일 중국 뤄신사와 체결했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YH25448’의 기술 이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은 지난 7월 이뤄진 계약으로 당시 유한양행은 뤄신사에 ‘YH25448‘의 중국 내 개발, 허가, 생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넘기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유한양행은 뤄신으로부터 계약금 600만 달러를 받고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마일스톤) 1억2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유한양행 측에 따르면 세부계약사항 합의를 앞두고 뤄신은 성실한 협상에 임하지 않고 YH25448 기술관련자료 요구 등 일방적인 사항만을 주장하며 계약조건 최종 합의를 지체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H25448 계약 해지는 약물 효능 및 시장 상황과 무관하며 해지의 원인은 뤄신의 일방적인 계약불이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녹십자 역시 지난 10월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의 글로벌 개발 전략 수정을 발표했다. 녹십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중국 임상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중단 이유는 사업성 저하로 알려졌다. 녹십자측은 “미국 임상 기간을 당초 2~3년 정도로 예상했지만 희귀질환의 특성상 신규 환자 모집이 더디게 진행돼 임상이 계획보다 지연됐다”며 “이는 투자비용 증가와 출시 지연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이어져 미국 임상을 더 이상 강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약 탄생 ‘0.02%’ 확률 ‘일희일비’ 말고 긴 호흡 필요=국내 빅3 제약사들의 잇따른 고전으로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지만 제약업계 내부에선 글로벌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삼아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더 높다.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는데 평균 10년의 기간과 1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정도로 신약개발의 길은 험난하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신약이 탄생하는 확률은 0.02%에 불과할 정도로 하나의 신약이 세상에 나오는 산고의 고통은 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0년의 기간 동안 5000여개의 후보 물질 중 단 한 개만이 신약으로 만들어지는데 성공한다는 것이 신약개발의 현실”이라며 “한미약품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신약개발이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 및 중단, 임상시험 승인 및 중단과 같은 소식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긴 호흡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들려온 소식이 반갑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제약강국으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일종의 성장통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며 “제약업계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멘탈’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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