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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용역 보고서 “수사-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
- “영미법계 국가 뿐 아니라 대륙법계 국가도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

- “핵심은 수사기관과 검찰 간 견제와 균형”

- 향후 검ㆍ경 수사권 논쟁에서 치열한 논리 공방 예고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본청 내부에 수사구조 개혁을 위한 조직을 확대 정비하는 등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경찰이 용역 보고서를 통해 수사권을 경찰이 갖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수사권 논의를 앞두고 제도 개혁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최근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용역 의뢰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사ㆍ기소 분리 모델 설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전통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영미법계 국가 뿐 아니라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는 대륙법계 국가 역시 실제 수사는 경찰이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영국과 미국의 사법체계를 ‘수사기소 분리모델’, 독일과 프랑스 등 사법 체계를 ‘수사통제 감독모델’로 구분하고 각국의 검찰의 기소독점 여부와 수사권, 자체 수사력 보유여부, 검ㆍ경 조서의 증거능력의 차등 등을 비교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수사권을 자치경찰제에 바탕을 둔 지방경찰청과 특별 영역의 경찰기구들에 분권화해 두고, 검찰은 철저히 공소유지의 기능에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기소권과 수사권이 연방과 주의 이원적 분권체제에 따라 분권화 돼 있고 검사를 공선제를 통해 선출해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으나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기소 여부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할수 없다고 보고 1980년대 중반 검찰 조직이 출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조직이 모두 가지고 있으면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보고서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경우 법적으로는 검사에게 수사 지휘권을 주고 있지만 검찰이 자체 수사인력을 두지 않도록 해 검사가 사실상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과 협력하도록 함으로써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 국가는 검사가 직접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점도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에서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는 것은 실제 수사 내용을 좌우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경찰이 하는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공소유지를 위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와 달리 한국의 경우 검사가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고 그 결과 만들어진 피의자신문조서가 경찰 등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보다 우월하게 법정에서 통용되면서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검찰조직의 중심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권에 아무런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데다 범죄혐의와 증거가 있어도 기소하지 않는 등 독점적인 기소권을 가지고 있어 공정한 수사와 기소는 검사의 양심에만 맡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최근 진성준ㆍ홍만표 사건 등에서 보듯이 “자기 통제를 통한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총경급의 수사구조개혁팀을 경무관 급 태스크포스(TF)팀인 수사구조개혁단으로 승격하고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주장해 온 황운하(사진) 경무관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황 경무관은 “조희팔 사건 당시 보듯이 검찰은 전관예우 변호사가 붙을 만한 경우 어김없이 수사지휘권을 빙자한 수사방해로 경찰의 수사를 훼방놓았다”며 “이렇게 부조리한 수사구조는 필연적으로 정의가 패배하고 비리와 인권침해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주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낸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기소권 분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냄에 따라 향후 법안 통과를 두고 경찰과 검찰 간 치열한 논리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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