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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명암②] 설맞이ㆍ정초행사 금지…신년 농가 분위기 망치는 AI
-AI 공포에 농촌 분위기 ‘싸늘’…외출금지령도 나와

-해맞이 행사 취소되고 외부인 마을 출입은 통제

-AI 의심 신고건수는 감소세…새해 첫날 ‘신고 1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기도 포천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유모(61) 씨는 새해 첫 날 인사를 오는 자식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하면서 마을에 외부인 출입이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새해 해맞이 행사 등에 참가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가 전달되기도 했다. 유 씨는 “가뜩이나 살처분 등으로 동네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다 사실상 마을이 폐쇄돼 더 우울하다”며 “새해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세에 농가는 역대 최악의 새해를 맞았다. 양계 농가가 있는 마을은 외부 출입이 통제되고 해맞이 행사가 금지되는 등 신년에도 방역으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진은 AI 확산 지역에서 진행되는 방역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신년에도 계속되는 AI 확산세로 전국 농가는 역대 최악의 새해를 맞았다. 농장 주인들은 ‘살처분 트라우마’에 불면증 등을 겪는 경우가 늘어났고, 방역에도 확산하는 AI 공포에 각종 신년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설맞이 행사를 일찌감치 취소한 지역도 생겼다.

AI 파동은 현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퍼졌다. 정부는 AI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방역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지난 1일 현재 살처분된 가금류만 611개 농가, 2883만 마리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최대 규모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새해 첫주 안에 3000만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정부는 AI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달 22일 ‘산란계 농장 AI 방역관리 강화’라는 내용의 방역 계획을 발표하고 양계 농가 차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양계 농가 종사자들은 방역지역으로 외출이 금지됐고, 해맞이 행사 참석도 금지됐다. 아예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는 주민도 늘어나 농촌 새해 풍경은 싸늘해졌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양계협회에 이어 정부에서 외출 금지를 통보해 고립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며 “오는 설에도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가족들과도 전화 통화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방역으로 인해 양계 농가 등 주민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AI 확산 방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한양계협회와 공동으로 추가 예산을 투입, 방역 농가를 위한 방역 조끼를 지급하는 등 현지 방역 작업을 진행 중이고, 살처분 등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전국 14곳에 있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외지인의 통제구역 출입 등은 주민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AI 확산세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 불편함이 있어도 다 함께 인내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방역 노력에도 농가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가 고양이 사체에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사람에게도 옮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수의사 등 고양이와 접촉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게는 예방요령을 이미 안내한 상태”라며 “AI 확산세도 지난 1일에 충남 천안의 농장에서 1건의 의심신고만 접수되는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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