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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살인사건 증언한다?
살인용의자 AI비서 녹음내역 등
美지역검찰, 아마존에 정보 요구


“당신은 살인 현장의 소리를 들었습니까?”

증인(證人)이 아닌 증거(證據)에 이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를 놓고 미국 사법기관과 IT기업이 갈등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된 가운데, 사법당국이 수사 및 보안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취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을 놓고 미국 아칸소 주(州) 벤턴 시의 지역 검찰이 아마존 사에 AI 음성비서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스피커 기기 에코(Echo)의 녹음 내역을 조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수색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사생활 보호규정에 따라 음성정보 대신 이용자 계정의 구매내역 및 상세내역 등을 제출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1~22일 사이에 발생했다. 제임스 앤드류 베이츠의 자택 욕조에서 빅터 콜린스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베이츠는 자신이 콜린스를 포함한 지인 2명을 자택으로 초대해 미식축구를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자신이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고 나서야 욕조에서 숨진 콜린스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베이츠의 집안 온수욕조에서 콜린스의 사체가 발견되기 전 새벽 1~3시 사이 530ℓ의 물이 사용됐다며 베이츠를 살인용의자로 지목했다.

지역 검찰은 아마존 에코의 데이터도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베이츠가 자택에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 에코에 녹음된 음성으로 용의자의 음성이나 주변 소리 등 베이츠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마존 에코는 음성명령을 인식해 집안의 음악을 틀거나 조명 등을 작동시킨다. 사용자가 ‘알렉사’라는 말을 하면 에코는 이를 전원 기능으로 인식, 주변의 음성이나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마존은 음성 내역이 아닌 베이츠의 구매내역과 에코 이용 시간이 담긴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킨리 페어설 아마존 대변인은 “에코는 음성명령을 듣고 작동 중에 있을 때만 연동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며 “우리가 준수하는 법적인 요구사항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요구되지 않는 이상 고객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존은 광범위하거나 부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는 (정보공개) 요청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누알라 오커너 기술과 민주주의 센터 최고경영자(CEO) 겸 소장은 이번 사건이 “그냥 하나의 기기를 다룬 문제가 아니고 다양한 기기들을 수사에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제”라며 “문제는 사건을 확실하게 성립시키기 위해 얼마큼의 데이터가 동원돼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국 법조계에서는 AI 정보보호 관련 새 규정 및 구체적인 정책 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은 이번 논란이 지난해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아이폰 암호정책 논란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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