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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청원 전성시대… ‘브렉시트 재투표’부터 ‘트럼프 당선 저지’까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올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주요 정치 사건에는 항상 온라인 청원이 따라다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주장부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주장까지… 온라인 청원은 이제 세계 정치 지형의 확실한 상수(常數)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올해 미국 대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청원으로 들끓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트럼프의 정신감정을 해야 한다”는 청원부터, 11월 대선 이후에는 “선거인단이 트럼프에게 투표해서는 안된다”는 청원으로 끝까지 트럼프 당선 저지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반대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힐러리를 기소하자”는 청원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선거 운동 기간을 줄이자”거나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 등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

브렉시트 국민 투표로 여론이 두동강 난 영국도 그렇다. 투표에서 패한 브리메인(EU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 재투표를 하게 해달라”거나 “런던을 영국에서 독립하게 해달라”는 청원 등으로 투표 결과에 불복했다.

한국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100만명에 가까운 동참을 얻었다.

이는 사실상 사문화됐던 기본권인 ‘청원권’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의제를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청원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누릴 수 있는 절차가 까다로워 없는 권리나 마찬가지였다. 정치 엘리트와 일반 국민의 소통 창구는 차단됐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청원권 부활을 가능하게 한 것은 IT 기술의 발달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열린 정부’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따라 2011년부터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라는 시민청원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영국 역시 200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이-피티션’(e-petition)이라는 전자정부청원 사이트를 열었고, 독일 연방하원은 2005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전자청원제도를 시행했다.

민간 차원에서 개설한 청원 플랫폼도 유력한 정치 행위자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가 있다. 2007년 설립된 이 사이트는 현재 196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미국 뉴욕 경찰에게 휴대용 감시 카메라를 착용하게 해달라’는 청원이나 ‘인도의 학교에 보안요원과 시설을 늘려달라’는 청원 등을 실현시킨 바 있다.

물론 청원의 대다수는 의도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 저지 청원은 ‘체인지’에서 500만명의 서명을 모았음에도 선거인단들은 결국 트럼프의 당선을 확정지었고, 브렉시트 재투표 청원은 400만명의 서명을 모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청원들은 제도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인기영합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온라인 청원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인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라 평가한다. ‘폰투액션’(Phone2Action)이라는 미국의 시민 정치 참여 플랫폼 운영자인 젭 오리는 “약간의 소셜네트워크(SNS) 게시글만으로도 특정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며 “기술은 정치인들이 보통 사람과 접촉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해냈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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