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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인구 1%는 에이즈 감염자… 이성 간 성관계도 위험할 정도로 퍼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러시아에서 에이즈(AIDS) 바이러스(HIVㆍ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100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립 에이즈센터의 바딤 포크로프스키 센터장은 85만명의 러시아인들이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이며, 확인되지 않은 보균자도 최소 5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80년대 후반 이후 22만명이 에이즈로 인해 사망했다고 했다. 러시아의 인구가 1억43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의 1%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는 것이다. 


[사진=123rf]

비록 정부에서는 현상황을 ‘유행 단계’(epidemic)라는 평가를 부정하고 있지만, 포크로프스키는 그 같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더 나아가 머지않아 이성간의 성관계가 에이즈 감염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현재 가장 큰 감염 원인은 주사를 통한 감염이다.

포크로프스키는 감염 사례가 올해만 해도 10만건이 나타나 증가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전 국가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상황이 앞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정부 차원의 에이즈 해결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에이즈 치료를 위해 해마다 3억38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사후 치료에 쓰일 뿐 사전 예방 교육에는 쓰이지 않는다. 사후 치료 비용을 대는 것만으로도 벅차 현재 감염인구의 37%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감염자의 90%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턱도 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성교육에 보수적인 러시아 문화도 문제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정교회는 전통적인 도덕 교육을 통해 가족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막고 있다. 포크로프스키는 “전통적인 가치는 그저 모든 것을 그 상태로 방치하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나라라면 이런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캠페인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이 역시 어렵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사회 감시를 위해 민간 차원의 활동을 반정부적이라고 보고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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