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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체절벽 앞에선 전경련
부당한 모금 중개 위기 자초
민간경제외교 위축 우려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이후 해체압박을 받아오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역할ㆍ기능 재조정을 위한 쇄신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좌초위기를 맞았다.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연간 운영예산의 13%(2015년 기준 64억원)를 분담하고 있는 LG그룹은 27일 “내년부터 전경련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회비도 내지 않겠다”며 회원 탈퇴를 공식화했다. 앞서 전경련의 최대 회원사인 삼성그룹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더는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탈퇴시기를 고민 중이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이날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탈퇴 형식과 절차를 밟고 있다. ▶관련기사 5면

탈퇴를 공식화한 LG에 더해 전경련 운영예산의 27%(133억원),15%(74억원)를 각각 지원했던 삼성과 SK마저 회비납부를 중단할 경우 전경련 운영예산(492억원)은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기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공금융기관과 KT가 탈퇴 입장을 밝힌 터이고, 회원으로 등록된 상당수 금융기관들도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경련 예산은 기존의 40% 정도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외압은 내홍에 비할 바가 아니다. 조직의 균열과 이탈은 지난 55년간 대기업을 대변해왔던 전경련을 좌초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같은 기류와 관련, 각계에선 사필규정이라는 입장과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최순실 사태로 말미암아 전경련이 정치권력의 불편부당한 기부금 모집행위의 중개자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역할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출자총액제한 완화, 금산분리 완화, 수도권규제 완화 등 다양한 현안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말기에 일부 도입된 경제민주화법안으로 인해 현안들이 많이 줄어들어, 전경련이 축소되거나 해체되더라도 큰 파급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경련이 민간 경제외교 창구로 활동하면서 수출진흥에 이바지하고, 불편부당한 정부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키맨으로 활약해왔다는 점을 들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경우 각계 각층의 의겸을 수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전경련은 그간 대기업 입장을 대표해 정부에 전달하는 유일한 창구였다“며 ”전경련의 공백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견기업은 중견기업연합회가 입장을 대변하는 만큼 대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전경련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로비스트법이 도입되지 않은 제도상의 결함으로 인해 특정기업이 정부 규제에 맞서 대응할 경우 부정청탁,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말했다.

그는 이어 “전경련은 한미재계회의, 한일재계회의 등을 통해 선진국 기업들과 오랜 교류를 쌓으면서 우리기업의 국제무대 진출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이 컸다“며 ”지난 55년간 국제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았던 전경련을 하루 아침에 대체할 기관이나 단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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