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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미에르 보고서 전문가라 하기엔 민망한 수준”…미인도 위작논란 2R
국내 감정ㆍ통계전문가 의문점 제시…과학적 타탕성 논란 시작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과학에 근거해 위작 확실하다” vs “보고서가 오류 투성이다”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검찰과 프랑스감정사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위작논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유족측의 요청으로 위작검증을 맡았던 프랑스 감정회사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장 페니코 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 감정 결과를 설명했지만 진위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감정전문가와 통계전문가는 뤼미에르측의 보고서를 놓고 의문점을 제시하는 등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프랑스 감정사, 위작 판정 근거는= 프랑스 감정회사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장 페니코 소장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 등 유족과 변호인단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검찰 발표에 대한 반박 및 감정보고서 설명회’ 기자회견을 열고 “‘미인도’는 위작”이라며 ‘진품’이라는 검찰 발표를 공식 비판했다.

장 페니코 소장은 “한국 검찰의 요구에 따라 객관적이고 수량화 가능한 조건으로 작업해 측정치를 추출하고 주관적 코멘트 없이 60여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검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인도’와 1977~1985년 사이 제작된 천 화백의 진품 9점등 모두 10점을 대상으로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13개 스펙트럼 필터와 특수 카메라 렌즈를 활용해 그림 1개당 1650개의 단층을 촬영해 작품 간의 차이점을 분석했다”며 “그 결과 미인도는 다른 9개 작품과 명암(콘트라스트), 휘도(표면 밝기) 등 여러 측면에서 달라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천화백의 손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에도, 검찰은 이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니코 소장은 이날 자신들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콘트라스트는 단순히 명암의 차이가 아니라, 화가가 대상을 인지하는 지각능력에 관한 것”이라며 “위작자는 눈 앞의 물체를 모사할 뿐, 원작자가 지각한 것과 당연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차이를 인간의 시각만으로 구분하긴 어렵지만 데이터를 수치화한다면 차이를 밝힐 수 있다는 게 뤼미에르사의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경을 제한 오브제의 광도 편차값은 9개 작품에선 20~30사이를 보이지만 미인도는 45.29의 값을 보였다.

그는 이외에도 흰자위의 두께, 광원의 파장도 수치화해 미인도가 나머지 진품 작품군과 다른 수치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 ‘미인도’는 모든 면에서 비교군과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게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입장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보고서 내 통계오류 존재” =그러나 장 페니코 소장의 감정결과 설명에 국내 전문가들의 반박도 비등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빅데이터 전문가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명암대조 분석값을 근거로 대고 있지만, 진품들을 대상으로 해도 진품이란 게 증명되지 않는다”며 분석방법에 문제를 제기해 기자회견 주최 측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 교수는 “위작 검증 프로세스는 이미 체계화된 절차가 있다”며 “검증방법 혹은 측정치를 선정하고, 그 방법이 진품을 진품으로 판정하는지, 그 방법이 위작을 위작으로 판정하는지 검증한 뒤 해당 작품의 진위여부를 판정해야한다. 뤼미에르 보고서엔 이같은 절차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뤼미에르사의 보고서는 문서 작성자의 통계적 지식이나 이해의 수준은 전문가라 하기에 매우 민망한 수준”이라며 “불필요한 수식들을 동원한 것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논리적인 수식 동원이 아니므로 오히려 비전문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내부적 오류 이외에도 콘트라스트나 휘도 등의 표준편차를 이용한 차이분석이 작품의 진위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감정전문가는 “콘트라스트 차이가 작품 진위를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될 수는 있다”면서도 “이렇게 하려면 작가의 콘트라스트 ‘절대값’이 구해져야하는게 전제인데, 이번 케이스의 경우 9개 작품만 가지고 이를 일반화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비교 작품군인 9개 작품의 휘도와 콘트라스트 값이 전부 다 달라 명확한 결론을 내려면 비교군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콘트라스트 차이값을 구할 때 배경을 왜 제외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배경을 빼버리면, 명도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뤼미에르사는 작가가 작품을 그리는 패턴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놓고 출발하는데, 이 전제부터 오류가 있다”며 “공장에서 찍어내는게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입술선이나 눈매가 다른건 보고 그린 대상이 다르기 때문으로, 진품인 9개 작품에서도 다 다른값으로 추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사의 감정능력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015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싱가폴에서 전시된 ‘또 하나의 모나리자’를 다빈치 작품으로 판정한 뤼미에르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페니코 소장은 “다빈치 작품이라 결론 내린적 없다”며 “요청자들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미지를 사용했다. 소송을 진행하기 역부족이라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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