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기술 수출 계약 해지 늑장 공시로 주가 폭락 -제약계 불법 리베이트 여전 -청와대, 발기부전 치료제ㆍ미용주사 구매 -젊어진 제약 CEO들… 50대가 주류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해만큼 다사다난했던 해가 다시 올까 싶게 올 한 해도 대한민국에는 역동적이고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다. 제약업계에도 여느 해 못지않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6년 제약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①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해지에 주가 폭락=지난 2015년 9조원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제약업계 주인공이 된 한미약품은 올 해도 제약업계 최고의 이슈메이커가 됐다. 다만 올 해 분위기는 그 반대였다. 지난 9월 말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 정보가 늦게 알려지면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나왔고 한미약품은 일부러 늑장 공시를 했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은 한미약품은 임원 등 정보를 유출한 직원이 구속이 됐고 신뢰를 잃은 한미약품의 주가는 폭락했다.
② 노바티스 등 제약계 불법 리베이트 여전=올 해도 제약업계의 고질병인 불법 리베이트의 기운은 걷히지 않았다. 올 해 가장 큰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저지른 곳은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였다. 노바티스는 지난 몇 년간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들을 대상으로 약 26억원에 이르는 돈을 리베이트 비용으로 지출했다. 노바티스는 의약전문지의 기사 형식을 가장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준 의사에게 1인당 몇십만원의 참가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한국노바티스 대표이사 등 전ㆍ현직 임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③ 보톡스 균주 논쟁, 제약사간 진흙탕 싸움=국내 보톡스 제조업체간 싸움이 붙었다. 지난 10월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디톡스’는 보톡스를 생산하는 다른 두 회사인 ‘대웅제약’과 ‘휴젤’에게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의 균주 출처가 어디인지 밝히라고 제안했다. 균주의 발견이 어려운만큼 이들 제품의 원료가 어디서 왔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두 회사는 발끈하며 오히려 메디톡스의 균주야말로 미국에서 몰래 들여온 ‘장물’에 비유했다. 업체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현재 업체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④ 청와대, 발기부전치료제ㆍ미용주사 의혹=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청와대의 의약품 구매 물품이 눈에 띄었다. 청와대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제로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했다는 것에 국민들은 의심의 눈을 보내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을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주사들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편 박 대통령이 필러 시술을 하고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의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⑤ ‘매출 1조 클럽’, 회원 바뀌다=제약사 ‘매출 1조’ 클럽 회원이 바뀔 전망이다. 지난 해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이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 해에는 유한양행과 녹십자만 이 자격을 유지하고 한미약품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의 악재로 인해 주가는 곤두박칠쳤고 매출은 떨어졌다. 대신 그 자리는 광동제약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수 1위인 ’삼다수‘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광동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8000억원에 근접했다. 4분기 매출액까지 더하면 매출 1조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⑥ 바이오 기업들, 올 해 주식시장 ‘최대어’로 급부상=올 해 주식시장에 등장한 기업들 중 단연 돋보인 기업들은 ‘바이오’ 기업이었다. 지난 1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해 코스피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을 받았다. 상장 뒤 며칠 간 고공 행진을 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 때 시가총액이 11조원대로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올 해 코스닥 시장의 최대어 역시 바이오기업인 ‘신라젠’이 차지했다. 신라젠의 일반 공모 청약에는 투자자들이 몰려 청약 경쟁률은 172.5대 1에 달했다. 신라젠은 현재 개발 중인 간암치료제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⑦ 셀트리온 ‘램시마’, 미국 시장 진출 성공=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제약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 4월 미FDA의 까다로운 허가 심사를 통과했다. 11월 미국 론칭을 확정하고 현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램시마는 오리지널 제품 ‘레미케이드’를 보유한 얀센과의 물질특허 소송에서 미 특허심판원이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미국 시장의 마지막 허들까지 넘게 됐다.
한편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도 유럽 진출이 임박하면서 램시마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트룩시마의 미국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⑧ 젊어진 제약 CEO, 50대가 주도=올 해 제약사 CEO들이 젊어졌다. 동아쏘시오그룹이 가장 눈에 띄게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11월 주요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새로 발탁된 CEO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으로 지난 CEO들이 60대 초반인 것에서 10년 이상 젊어졌다.
휴온스그룹 역시 60대인 CEO들이 뒤로 물러나고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임원들이 전면에 등장했다.업계 전체적으로 60대 CEO들이 사라지고 주요 제약사들의 대표에는 50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⑨ 식약처,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입=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규제 선진국 모임인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한국이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고 알려왔다. 한국이 ICH에 가입한 것은 미국, 유럽위원회, 일본 등에 이어 세계 6번째다. 이는 국내 의약품의 허가 및 심사, 사후관리 체계 등 의약품 규제의 모든 분야가 선진국 수준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회원가입국은 국제 의약품 시장에서 일부 허가요건 면제, 허가기간 단축, 조달 참여등급 상향 등 ‘ICH 회원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⑩ 독감 유행에 백신ㆍ치료제 업체 반사이익=때 이른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의 유행으로 독감 백신 및 독감 치료제 업체가 수혜를 입고 있다. 우선 독감 예방 백신 업체인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은 올 해 생산한 백신이 모두 ‘완판’될 만큼 물량이 달릴 지경이다. 하지만 독감 백신은 미리 생산하는 것인 만큼 이들 업체들의 추가 생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도 이익을 보고 있다. 독감 치료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타미플루’를 보유한 로슈와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종근당은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타미플루의 올 해 물질 특허 만료 후 유일한 대체제로 나온 ’한미플루‘를 보유한 한미약품 역시 치료제로 인한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