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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갈등격화 틈바구니…美에 한뼘 더 붙는 아베
27일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 첫 헌화
타이완 총통 내달 방미 관계개선 시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날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주변국들의 외교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사진>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대만도 차이잉원 총통이 다음달 미국을 들러 트럼프 행정부와의 유착을 강화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27일 하와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두 정상은 특히 회담 후 진주만의 애리조나 기념관을 함께 들러 헌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2차 세계대전기인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함선 위에 세워진 건물로, 이곳에 현직 일본 총리가 방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은 미국의 현재 권력인 오바마와 미래 권력인 트럼프를 모두 겨냥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당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함으로써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투하한 일에 대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이번에는 반대로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함으로써 양국간의 과거사를 청산하겠다고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는 내년 1월 집권하게 될 트럼프 당선인에게도 미일 동맹 강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기존 동맹 관계를 흔들 수도 있다고 여러차례 암시해 왔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동맹 관계는 유지될 수 있도록 사전포석을 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에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와 만나 그의 당선을 축하한 바 있다. 또 트럼프의 취임 일주일 뒤인 내달 27일에는 그와의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역시 친미(親美) 외교 행보로 분주하다. 차이 총통은 다음달 7일부터 9일간 온두라스,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 순방에 나서는데, 순방길에는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다.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누구와 만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나 그의 측근들과 만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달 초에도 트럼프와 통화를 했는데, 이는 양국 간 단교 3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동북아 국가들은 외교적 운신의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탄핵 정국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외교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이라는 양대 스트롱맨이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는 향후 몇년 동안,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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