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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성은정, LPGA ‘도깨비’ 꿈꾸다
올 美 여성아마추어 골프 평정
2017년 프로무대 본격 출사표



“도깨비 보셨어요? 완전 재밌어요. 저도 가끔은 도깨비였으면 좋겠어요. 막 나쁜 사람들 혼내주는 거 너무 멋있지 않아요?”

성은정(17ㆍ영파여고2)은 영락없는 소녀였다. 올해 여자 선수 가운데 사상 최초로 US걸스주니어챔피언십과 US위민스아마추어챔피언십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슈퍼 아마’ 성은정도 그 또래가 그러하듯 드라마 ‘도깨비’ 바람을 타고 있었다.

그가 2017 LPGA 무대에서 도깨비를 꿈꾼다. 활발한 성격인 그가 유일하게 차분한 곳이 바로 필드 위다. 



시즌 만큼이나 바쁜 비시즌이었다. 선수 생활 후 처음 맞는 오프시즌. 성은정은 농구 직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창원LG의 팬인 그는 최근 LG와 KGC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안양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골프장과 사뭇 다른 시끌벅적 농구장 풍경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뭘 먹으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게 되게 좋았어요. 앉아서 볼 수도 있구요. 치어리더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것도 재밌었어요.” 이 말 속엔 ‘흥이 있는 골프’, 그런 기대감이 느껴진다.

최근 중부 산간지역에 눈이 오자 무려 9년 만에 스키장도 찾았다. 부상 위험 탓에 즐기지 못했던 스키를 이 날 만큼은 원 없이 탔다. 스키를 타면서 다시금 하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성은정의 또래 친구들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공부를) 한다면 했겠지만 골프보단 안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공부 처럼 하루 종일 운동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요. 공부나 운동이나 힘든 건 똑같은 것 같아요”라고 말할 땐 국대급 운동선수의 소명의식도 엿보인다.

‘경계인’ 틴에이저 관심사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성은정은 최근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연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정말 인상 깊게 읽은 모양인지 거침없이 줄거리를 요약해서 들려줬다.

“사실 전 성격이 나쁜 사람과는 연애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이후로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사랑으로 덮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근데, 뭐 결혼 대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솔직함이 묻어나는 10대 소녀의 연애관이다.

성은정이 좋아하는 노래라며 들어보라고 추천해준 노라조의 ‘형’ 가사가 귓가에 맴돈다. ‘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 살다보면 살아가다보면 웃고 떠들며 이날은 넌 추억할테니.’ 어쩌면 그는 수없이 지고 넘어지며 한 단계 더 성장해왔는지도 모른다.

설사 잠시 넘어지더라도 늘 도전할 준비를 마친 성은정의 ‘2017년’은 어떤 모습으로 추억될까. 다음 시즌을 위해 호주로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정아름 기자/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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