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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불통’ 역사교과서, 더 고집할 것인가
“19일 열린 윤봉길 의사 추모식에 이준식 부총리가 왔더라구요.”

독립운동가와 후손, 유족들의 모임인 광복회의 한 회원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다소 들뜬 목소리였다. 교육부 장관이 윤봉길 의사 추모식에 참석한 건 이 부총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15일 광복회 회장이 이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독립운동을 폄하하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기술 삭제 서명운동에 3만명이 참여했다고 했더니 이 부총리가 관심을 보이며 서명서를 꼭 전달해달라고 했다”며 이런저런 분위기를 봤을 때 긍정적인 신호가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전향적 분위기란 국정교과서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견수렴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 67%가 반대했지만 정부는 1년 간의 초고속 집필과정을 거쳐 지난달 현장검토본을 공개했고 23일까지 국민의견을 받고 있다. 21일 0시 기준으로 1641명이 2386건의 의견을 냈다. 의견의 절반 이상인 58.4%가 오탈자나 비문이 아닌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 교육부가 의견들을 모두 비공개해 확인할 길이 없지만, 여론과 촛불 민심으로 볼 때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명백한 오류를 지적한 의견만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의견수렴 자체가 국민을 상대로 한 퍼포먼스이고 꼼수라는 걸 인정한 셈이다”고 반발했다. 이 부총리의 행보도 궤를 같이 한다. 시민단체와 광복회, 야당 의원들 앞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이더니 국회에선 국정화 강행의지를 천명했다.

국정교과서가 출발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힌 이유 중 하나는 ‘깜깜이 집필’이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역사를 기술하는지 철저히 숨겨왔다. 이대로라면 국민 의견수렴과 반영 과정마저 밀실에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이준식 부총리는 다음주 중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국정교과서의 현장적용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최근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과 불통한 대가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역사교과서가 민의를 외면한 채 똑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대한민국 역사가 기억할 ‘역사교과서’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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