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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힘들어서 ①]부모에 얹혀사는 美 캥거루족…75년만에 사상 최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자립을 중요시하는 미국에서조차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들인 ‘캥거루족’을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갑은 얇아지는데 집값은 가파르게 치솟는 경기불황 탓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회사인 툴리아는 21일(현지시간) 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해 18~34세 미국 청년 중 부모에 얹혀사는 비중이 1940년 자료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8~34세 청년 중 부모의 집에 얹혀 사는 이들의 비중은 40.9%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34세 여성 중 부모나 친척과 같이 사는 비율이 36.4%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도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툴리아의 말프 맥라프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나마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친척 집에 머무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었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 내 30세 이하의 캥거루족은 500만 명이 증가했다. 맥라프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청년들이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부동산 소유 추세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년들이 집을 사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치솟는 집값과 까다로워진 대출 조건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의 ‘내집 마련’은 소득이 적으면 적을 수록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세계경제포럼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캥거루족은 세계 전반의 현상이 된지 오래다. 지난해 전세계 16~29세 청년 인구 중 약 15%에 달하는 4000만 명이 취업도, 교육도, 구직활동도 하고 있지 않는 청년, 즉 니트(NEET)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니트족이 증가할 수록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는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큰 아기’라는 뜻에서 ‘밤보치오니’(bamboccioni)라 부르고, 영국에서는 ‘부모지갑에서 퇴직 연금을 빼먹는 자식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을 줄여 ‘키퍼스’(Kippers) 세대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부모 집에 얹혀사는 28살짜리 아들 탕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후 ‘탕기 세대’라는 말이 생겼다. 부메랑족(부메랑처럼 돌아온 자녀), 패러사이트 싱글(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 습노족(노인을 핥아먹는 자녀들) 등도 같은 현상에 붙은 다른 이름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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