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한국미술관협회장] 미술품 컬렉터의 자격조건
필자는 한국의 미술품수집가에게 불만이 많다.

대다수의 컬렉터가 작품을 한 두 해 반짝 인기를 끌다가 사라지는 유행상품처럼 쇼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술작품이 패스트 패션(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서 판매)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는 지난 10년 동안의 미술시장 테마주가 말해준다.

2006년 무렵 사진으로 착각될 만큼 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극사실 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술시장의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대중문화를 순수미술과 결합한 한국형 팝아트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극사실주의 회화는 유행이 지난 상품 취급을 받았다.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한국형 팝아트의 인기도 잠깐, 곧이어 한국의 미학을 담은 그림인 단색화가 미술시장을 휩쓸게 된다. 단색화의 인기가 한풀 꺾인 올해 미술시장은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환기의 독무대였다.

2016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자료에 의하면 국내 양대 미술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올해 낙찰가 기준 1~5위는 김환기의 작품이 독차지했다.

해외문화선진국에서는 특정화풍이나 특정작가에 대한 쏠림현상이 이토록 심화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른바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국내미술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화랑이나 경매사에게 물을 수도 있겠다. ‘왜 수집가들의 취향을 반영한 참신하고 다양한 작품을 미술시장에 선보이지 않았는가“ 라고 말이다. 그러나 작품을 사는 사람은 컬렉터다.

특정작품의 인기도나 최종 가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구매자라는 뜻이다. 컬렉터가 자신의 취향이나 자기 안목에 의해 미술작품을 사지 않고 패스트 아트의 유행만을 쫒은 결과는 참혹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이런 작품을 거래하는 화랑들은 만성적인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는 미술품컬렉터의 자격조건, 첫 번째는 남이 가진 작품을 나도 갖고 싶은 모방심리를 뛰어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영국의 기업인 찰스 사치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품컬렉터의 롤 모델로 회자되는데 <나, 찰스 사치>라는 문답집에 그 비결이 담겨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 산다. 그것들을 전시해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해서 구매한다. 작품을 파는 이유도 판 돈으로 좀 더 많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제프 쿤스(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블루칩 작가)의 첫 전시에서 그의 작품 대부분을 사기도 했다. 당시 그의 전시는 지금은 문을 닫은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에서 열렸다‘

한국의 컬렉터들은 트렌드를 쫒지 않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작가들만이 미래의 거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