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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에도 직책수당, 상여금 지급해야”…日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 공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이 20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지침) 안을 공개했다. 지침은 기본급과 상여금, 수당 등에 대한 격차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 처우에 격차를 둔 기업에 책임을 부과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실 회의를 마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침에 입각한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16장짜리 지침은 비정규직 중 기간제 근로자, 파트타임 근로자, 파견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본금, 상여금ㆍ수당, 복리후생, 교육 훈련ㆍ안전 관리 등 4가지 영역에서 정규직과의 비합리적인 격차를 줄이라고 기업에 권고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노동정책 심의회에서 아베 총리가 마련한 지침을 토대로 내년 가을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 마련을 위한 첫걸음인 기본급에 대해 아베 내각은 기본급 책정 기준을 고용형태가 아닌 근무방식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침은 기본급을 ▲직업 경험과 능력 ▲실적 및 성과 ▲근속 연수 등 3 요소를 기준으로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가가 같으면 같은 수준의 급료 지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도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베 총리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회사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면 그 기여도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위한 상여금 제도가 마련된 일본 기업은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지침은 직책수당이나 초과 근무수당도 동일 지급대상으로 책정해 심야나 휴일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동일한 할증률에 따라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기업이 지침에 따라 기본급 체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자율적인 대처없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침은 기본급 책정 기준과 관련해 경험과 능력, 그리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고 있어 기업에 따라 책정근거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야마다 히사시(山田久)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는 타당한 내용”이라면서도 “임금의 결정 방법을 더 명확히 해야 처우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 앤 컨설팅의 도시다 루리코(土志田 るり子)연구원은 기업들이 인건비 부족 이유로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 비정규직 근로자의 기본급을 인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면 정규직 근로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서는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침안 자체만으로도 일본 기업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나구치 요스케(水口洋介) 변호사는 아베 내각의 지침에 대해 “지침을 기준으로 소송이 늘어나면 노동규칙에 대한 판례가 축적되는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이 기본급 책정체계를 바꾸는 동기가 될 지는 향후 얼마나 철저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지침은 상여금과 관련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상여금 제도를 실시하면 ‘적어도 좋으니 회사 실적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면 그 공로를 인정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40%에 달한다. 아베 총리는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수당 및 상여금 대우를 개선해 노동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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