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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탄 하나에 흔들리는 러시아ㆍ터키 신(新)데탕트…“알레포를 잊지 말라. 신은 위대하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19일(현지시간) 터키 경찰관이 쏜 총에 러시아와 터키가 형성한 신(新)밀월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터키 매체인 휴리예트데일리 뉴스는 이날 총격사태가 장기적으로 터키와 러시아의 외교관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오랜기간동안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러시아와 터키가 이날 총격사태를 두고 정치적인 게임을 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무부 앞에 19일(현지시간)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추모하기 위한 꽃들과 사진이 놓여있다. 이날 카를로프 대사는 전직 터키 경찰관이었던 메블뤼트 매르트 알튼타시가 쏜 총에 사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태 진작에 나섰지만 양국 사이 고조된 반감은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러시아 내부에서는 반(反)러 성향의 세력이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의 죽음을 계획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브 러시아연방 상원의 외교위원회장은 총격사태 소식을 듣고 “배후가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터키의 미래는 터키가 얼마나 철저하게 그 배후를 조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시 푸시코브 러시아 하원의원도 러시아 온라인매체인 라이프 뉴스에 “핵심은 알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의 총살을 누가 주도했냐는 것”이라며 “터키 당국은 터키 내 반러 감정을 주도하는 세력을 색출하고 러시아에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는 이번 총격 사태가 터키 대중 사이 퍼져있는 반러 감정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터키와 러시아는 악연관계를 지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親)러 전선을 밟기 전까지 터키는 발칸반도 패권경쟁에서부터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영토문제까지 각종 안보 이슈로 러시아와 갈등해왔다. 러시아와 터키 간의 갈등은 지난해 터키가 시리아 접경지역을 비행하던 러시아 전폭기 SU-24기 한대를 격추하면서 고조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에르도안의 친러 전선을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FP는 러시아와 터키 당국이 이날 총격사태를 명분으로 터키 내 반(反)정부 세력을 제거하는 데에 협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실제로 터키 언론들은 카를로프 대사에 총격을 가한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지난 7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 펫훌라흐 귈렌의 잔당세력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터키 국영방송 TRT는 알튼타시가 지난 7월 쿠데타 혐의로 해고됐으며,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를 이간함으로써 에르도안 대통령을 궁지에 빠트리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대화에서 “대사 살해는 러시아-터키 관계 정상화와 시리아 사태 해결을 방해하려는 도발행위”라며 “터키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터키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면밀하고 다면적인 수사를 확약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터키 경찰관에 저격당해 사망한 사건이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례적으로 정식 성명을 내 “대사 살해는 문명화한 사회질서의 모든 규칙을 어긴 것이며 세계적으로 규탄받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알튼타시는 터키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터키인의 눈으로 본 러시아’ 전시회 개막식에서 축사하던 카를로프 대사를 총살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알튼타시는 범행을 지지른 후 “알레포를 잊지 말라”며 “(시리아와 알레포를) 압제한 이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러시아와 터키 양국은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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