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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정치 내세우던 伊 오성운동 비리 얼룩
로마시장 측근 뇌물수수혐의 타격


로마 첫 여성시장인 르지니아 라지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로 소속 정당인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五星)운동’이 위기에 몰렸다. 이탈리아의 리퍼블리카는 18일(현지시간) 오성운동의 라지 시장과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창당자 겸 대표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리퍼블리카와 라스탬파는 ‘깨끗한 정치’를 주장했던 오성운동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릴로 대표와 라지 시장이 최근 불거진 비리 논란을 두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그릴로 대표는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라피엘레 마라 로마시 인사국장에 대해 “마라는 단순한 기술자였지, 오성운동의 일원은 아니었다”며 마라의 비리가 ‘개인적인 일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마라 국장은 라지 시장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라지 시장은 마라 국장의 비리에 대해 “마라 국장을 너무 믿은게 실수”였다고 사과하면서도 “내가 오성운동 당원 모두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측근비리와 오성운동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내 오른팔은 로마 시민”이라며 마라 국장을 둘러싼 측근 논란을 부인했다.

그릴로 대표는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의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려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사태 진압에 나선 상태다.

앞서 지난 16일 라지 로마 시장의 ‘오른팔’이었던 라피엘레 마라 로마시 인사국장이 2013년 부동산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13일에는 라지 시장의 측근인 파올라 무라로 로마시 환경국장은 도시폐기물관리공사(AMA)에서 근무할 때 113만 유로(약 14억 원)의 거액의 연봉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사임했다. 여기에 로마 검찰은 무라로가 국장으로 활약하면서 AMA 측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게 했다며 무라로 전 국장을 21일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무라로와 마라 모두 라지 시장의 당선을 위해 오성운동에서 크게 활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탈리아 정계에서는 오성운동이 ‘깨끗한 대안정치’를 주장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집권여당인 민주당(PD)는 페퍼 그릴로 당대표와 오성운동 당 지도부의 루이기 디 마이오와 알렉산드로 바티스타가 ‘정치적 책임’을 이유로 사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라지 로마 시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하지만 오성운동의 지지자들이 오성운동의 ‘반 기득권’적인 이미지를 지향하는 만큼, 타격이 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로마 루이스 대학교의 지오바니 오르시나 정치학과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오성운동 지지자들은 사실관계(팩트체킹) 자체를 싫어한다”며 “라지 시장의 입지는 약해졌지만 오성운동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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