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ㆍ종이컵, 컵라면 등 ‘집회준비물’ 불티
-업계 측 “일부 점포에만 국한…정치 안정되어야”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막걸리가 한 달 내내 동나기는 처음이네요.”
지난 1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2ㆍ여) 씨는 “집회가 시작되는 날은 평소보다 3~4배 많은 손님들이 온다”며 “술 종류와 핫팩, 커피는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핫팩을 진열된 곳은 다 팔려 텅 빈지 한 참 지났다고 했다. 빵과 초콜릿도 물건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알바생 앞에는 10명 넘는 시민들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르바이트생 김모(20ㆍ여) 씨는 “좋은 일 때문은 아니지만 장사만큼은 잘 되고 있다”며 “몇 개월째 편의점 일을 하면서 요즘 같은 호황은 누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편의점은 이미 컵라면을 먹고 있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 씨는 “곧 있으면 비상근무체제로 아르바이트생 1명이 더 온다”며 “밤 10시를 넘어가면 웬만한 물건들은 다 동난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지난 10월부터 8차례 이어지면서 집회현장 인근 편의점들은 때아닌 ‘촛불 특수’를 맞이했다. 집회 참여 시민들이 편의점을 찾아 먹을거리와 양초ㆍ종이컵 등 ‘집회 준비물’을 사가면서 창고 안 재고까지 모두 팔릴 정도다. 평상시 도심 중심업무지구인 광화문 일대는 직장인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 저녁이면 한가했지만 촛불이 불타오르는 만큼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었다.
<사진 1> 지난 17일 저녁 서울 지하철 안국역 인근 편의점의 모습. 일부 핫팩은 이미 재고가 다 떨어졌다. |
18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사상 최대인 170만명의 시민들이 몰린 6차 집회가 열린 지난 3일 광화문 인근 20개 GS25 편의점의 작년 같은 주ㆍ같은 요일 대비 간편식 매출 증가율은 135.1%다. 껌ㆍ캔디, 음료 등 제품들도 각각 147.3%, 133.4%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티슈는 217.6%, 종이컵은 97.4%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첫눈과 비가 내린 지난달 26일 집회에서는 우산ㆍ비옷 매출 증가율이 작년 같은 시점의 1844.1%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편의점 씨유(CU)도 비슷했다. 6차 집회 당시광화문 인근 CU 점포들의 양초와 건전지, 삼각김밥 매출은 작년 같은 시점보다 각각 79%, 22%, 33% 늘었다. 영하 0.7℃까지 내려간 온도에 핫팩도 32% 많이 팔렸다.
6차 집회는 서울 170만 명, 전국 232만 명(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 등 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했었다.
<사진 2> 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역 인근 편의점을 들러 물건을 사고 있다. |
지난 17일 집회에는 같은 추산 기준으로 서울 65만명, 전국 77만명이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쉽게 식지 않는 열기에 촛불 특수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편의점 업체와 점포 가맹점주들은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촛불 특수는 광화문 일대 일부 편의점에만 국한되어 있다”며 “전체로 보면 정치가 안정을 찾아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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