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포럼-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거듭나는 오페라, 21세기 오페라의 방향
세상이 하루가 무섭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정치 사회나 기술 분야 뿐 아니라, 문화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는 다양한 예술 장르들 중 가장 보수적인 분야 중 하나이지만, 이십년전의 모습과 십년전의 모습이 다르고, 또한 20세기와 21세기의 모습은 아주 많이 다르다.

오페라는 오랫동안 스타 성악가에 의존했지만, 언제부터인가 타계한 헤르보르트 폰 카라얀 같은 경우처럼 지휘자가 어떤 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느냐가 중요하게 되었다. 아리아 한 곡조를 잘 불러 요란한 박수를 받느냐가 중요한 오페라에서, 음악 전체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하모니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한 오페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오페라는 지휘자의 시대에서 연출자의 시대로 급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20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이태리의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와 프랑스의 장 피에르 뽄넬은 무대 미술과 연출을 접목하여 특유의 섬세하고 화려한 예술세계를 오페라 장르를 통해 구현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독일 출신의 연출가로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의 상임 연출과 베를린 도이치 오퍼의 단장을 지낸 괴츠 프리드리히는 심지있는 정치사회적 해석을 통해 “오페라는 화려하지만 진부하고 고루하다”는 유럽인들의 편견을 씻어냈다.

화려한 무대와 치렁거리는 의상, 스타 성악가의 노래에 의존하던 오페라가 연출가의 해석에 의해 새롭게 변모하는 모습의 예는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피터 셀러와 로버트 윌슨, 영국의 데이비드 맥비카, 프랑스의 롤랑 펠리, 캐나다의 로버트 카슨 등 요즘 한창 주목받는 오페라 연출가의 무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장 예술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최근에 차례로 올렸던 오페라 무대들은 연출가의 ‘해석이 중요한 오페라’, 그리고 살아있는 ‘현장 예술로서의 오페라’라는 21세기 오페라의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월,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오른 <토스카>(다니엘 아바도 연출)의 무대는 19세기 나폴레옹 혁명기에서 파시스트가 기승을 부리던 20세기 초중반으로 바뀌고, 곧이어 같은 곳에서 오른 <로엔그린>(카를로스 바그너 연출)은 중세 유럽에서 ‘21세기 지구촌의 어느 곳’으로 바뀌었다. 서울권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주와 음성의 <여자는 다그래>(이종석 연출)는 18세기 말 나폴리에서 1940년대 이차대전 시대로 바뀌었다.

오페라가 연극과 영화, 미술, 멀티미디어 등 타 장르들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지금 여기’의 현장성을 뒤늦게나마 찾으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고무적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권의 극장들에서 유행하듯 원작을 너무 과격하게 바꾸어 관객을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오페라의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로서는 다소 무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낭만 예술, 순수 예술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의 사회 문화적, 정치적 면면들을 들추어내고 반영하는 시도는 오페라 인구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