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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미국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의 끝없는 여정 하루키가 말한, 세계관을 바꾼 내인생의 책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 게리 길모어. 1940년 텍사스에서 네 형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뛰어난 지적인 능력을 드러냈고, 특히 그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폭력과 간음, 거짓과 위악으로 점철된 광기 어린 핏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학대와 가정 폭력으로 망가지며 열 살 때 처음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체포된다. 이후 소년원과 감옥을 전전하며 인생의 절반을 담장 안에서 보내야 했다. 그는 1976년 7월 가석방된 몸으로 유타 주 프로브에서 이틀에 걸쳐 두 명의 남자를 살해한 뒤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는다. 10년 동안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는 당시, 게리 길모어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사형을 요구하여 미국 전체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1977년 게리 길모어는 1월 17일 다섯 명의 사격수가 쏜 총탄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 마이클 길모어. ‘롤링 스톤’의 수석편집장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그에게는 하나의 주홍글씨가 찍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동생이라는. 그는 자신의 형이 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과거를 향해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난다. 그 여정의 기록이 바로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이다. 



2001년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후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극찬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고, 2016년 이 책의 재출간을 위해 다시 재독(정확히 말하자면 다섯 번째)하는 과정은 내게 괴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섯 번쯤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그런다고 어떠한 자격이 주어진다고는 차마 말 못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 세계관이 바뀐다.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처음 읽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이 되리라고.

나에게 이러한 의미가 있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에 대해 무언가 기술한다는 행위는 내게 묘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감정적으로 몹시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은 나를 어느 밑바닥까지 내동댕이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뭐라 형용하기 힘든 위대한 무엇과 마주하고 있다는 흥분,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 감개가 내 안에는 있다.

건방지게도 이 책을 읽으면 세계관이 바뀐다니, 사과드린다. 고쳐 말하자. 이 책을 읽으면 당신 내면의 어딘가에서 미세한 미진일지라도, 흔들리는 경험이 도래할 것이다. 그 미진은, 그 흔들림은 내 영혼을 울렸다. 그 영혼의 울림을 두고 하루키는 세계관이 바뀐다고 얘기했고, 나라는 표현력이 부족한 인간은 그 말에 동의하여 몰염치하게 빌려 썼다.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강권하기란 쉽지 않다. 그 괴로운 경험을 당신도 함께하라고 강제한다는 건 잔인한 짓이다. 그러니 나는 소심하게 기도할 뿐이다. 그 고통의 시간을 함께한 누군가와 언젠가 이 책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박하 편집장 이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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