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 마이클 길모어. ‘롤링 스톤’의 수석편집장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그에게는 하나의 주홍글씨가 찍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동생이라는. 그는 자신의 형이 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과거를 향해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난다. 그 여정의 기록이 바로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이다.
2001년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후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극찬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고, 2016년 이 책의 재출간을 위해 다시 재독(정확히 말하자면 다섯 번째)하는 과정은 내게 괴로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섯 번쯤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그런다고 어떠한 자격이 주어진다고는 차마 말 못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하루키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 세계관이 바뀐다. 나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처음 읽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내 인생의 책이 되리라고.
나에게 이러한 의미가 있는 ‘내 심장을 향해 쏴라’에 대해 무언가 기술한다는 행위는 내게 묘한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다시 읽으며, 감정적으로 몹시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은 나를 어느 밑바닥까지 내동댕이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뭐라 형용하기 힘든 위대한 무엇과 마주하고 있다는 흥분,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있다는 감개가 내 안에는 있다.
건방지게도 이 책을 읽으면 세계관이 바뀐다니, 사과드린다. 고쳐 말하자. 이 책을 읽으면 당신 내면의 어딘가에서 미세한 미진일지라도, 흔들리는 경험이 도래할 것이다. 그 미진은, 그 흔들림은 내 영혼을 울렸다. 그 영혼의 울림을 두고 하루키는 세계관이 바뀐다고 얘기했고, 나라는 표현력이 부족한 인간은 그 말에 동의하여 몰염치하게 빌려 썼다.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강권하기란 쉽지 않다. 그 괴로운 경험을 당신도 함께하라고 강제한다는 건 잔인한 짓이다. 그러니 나는 소심하게 기도할 뿐이다. 그 고통의 시간을 함께한 누군가와 언젠가 이 책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박하 편집장 이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