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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든 뇌가 뭐 어때서…연령차별도 폭력이다
예순셋 여자가 세상의 편견을 깨기까지
사회 곳곳 만연한 연령차별 사례들어 지적
건강·일의 능률 하락은 나이듦의 편견
사실과 달리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념
노인의 사회경제적 가치 새로운 발견


“주름은 보기 흉하다”“노인은 쓸모가 없다”“나이 든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나이듦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깊고 넓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 차별에서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걸 종종 잊는다. 미국자연사박물관 직원으로 자유기고가인 애슈턴 애플파이트는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에서 예순셋의 나이든 여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까지 그가 8년 걸려 깨달은 것들을 들려주며, 우리가 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조목조목 따진다.

  

저자가 찾아낸 나이듦에 관한 객관적 정보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노인이 되면 우울해질 것이란 생각과 달리 정신적으로 더 건강했다. 행복감도 이 시기에 가장 높다. 뿐만아니라 건강, 성생활, 일의 능률 등에서도 떨어질 것이란 편견은 사실과 달랐다.

그럼에도 나이듦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 저자는 가장 벗어나기 어려운 편견으로 ‘바로 나 자신’을 꼽는다. 다름아닌 나의 미래가 지금의 나보다 못하다는 편견, 나이 든 내가 젊은 시절의 나보다 못하다는 편견이다. 저자는 이 편견이 ‘나의 부정’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숨기거나 바늘과 칼을 동원해 얼굴을 팽팽하게 당기든 어떤 형태로든 나이를 부정하는 행동은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사이에 인위적이고 파괴적이며 지탱할 수 없는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데이비드 해켓 피셔는 “그런 태도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젊음에 대해 집착하는 사고방식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연령에 대한 편견은 처음에는 자기와 다른 타인에 대한 혐오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로 바뀐다는 것이다.



저자는 연령차별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념이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사회통념화돼가는 것이다. 한 예로, 인구학적 변화를 얘기할 때도 노인은 부정적으로 쓰인다. 인구통계학자 필립 롱맨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노령화 현상을 ‘회색 쓰나미’로 표현한게 그렇다. 금방이라도 정부 재원이 고갈되고 의료보험제도가 수렁에 빠지고, 후손들의 부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노인들 때문에 바닥날 것 같은 뉴앙스다. 경제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표현이 세대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언론학자 토머스 에드솔은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지 않았는데, 점점 더 인생의 시작과 끝이 시장의 의사결정과 비용편익 분석, 손익계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경제구조의 문제를 노인에게 떠넘기는 격이다. 미개발 자원인 노인들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사회는 변화하는데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사실 노령화현상은 인류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20세기에 인류는 수명이 30년이나 늘었다.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책은 저자가 오랜 기간 인터뷰와 취재, 연구 조사 등을 바탕으로 연령차별 논의가 왜 필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부터 연령차별의 구체적 실상, 그에 대응하는 여러 행동방안까지 담았다. 저자의 경험에 바탕한활력있는 노년의 삶을 위한 지침도 소개해 놓았다. ‘근거없는 통념에 휘둘리지 말라’‘나이든 뇌는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한다’‘할 수 없다는 말은 가볍게 무시하라’ 등이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가치의 새로운 발견이라 할 만한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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