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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려고 청문회 봤나 자괴감…”, ‘맹탕’ㆍ‘막말’ㆍ모르쇠’ 청문회
[헤럴드경제=김상수ㆍ유은수 기자]키를 쥔 핵심 증인은 노골적으로 국회와 국민을 농단하고, 청문회장은 ‘묻지마식 추궁’과 ‘모르쇠’ 답변이 반복됐다. 종반에 접어든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의 현주소다. 변죽만 울린 채, 정작 속 시원히 어느 하나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망가고 휴가 가고…국회 농단한 증인들 = 지난 2차 ‘최순실 청문회’에선 최순실 씨가 불출석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아예 잠적, 누리꾼들이 신병확보에 현상금을 거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비서관은 ‘자녀에게 영향을 미쳐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의 키를 쥔 윤전추ㆍ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더니, 동행명령장이 발부되자 이번엔 “연가(年暇) 중”이란 답이 돌아왔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 임하는 주요 증인들의 행태다.

15일 열린 4차 청문회를 포함, 불출석한 증인은 총 33명에 이른다. 최 씨 일가, ‘문고리 3인방’. 우 전 수석, 청와대 핵심 관계자 등이 모두 불참했다.

핵심 증인이 빠지니 의혹 규명 역시 한계가 뚜렷했다. 최 씨가 불출석한 2차 청문회에서 차은택 감독은 “최순실을 통해 장관, 수석 등을 추천하니 그 의견이 관철됐다”고 진술했다. 고영태 씨는 “대통령 옷을 최 씨가 개인지갑으로 꺼내 계산했다”고 밝혔다. 최 씨가 국가 인사까지 개입하고 뇌물성 물품을 제공한 정황이지만, 정작 최 씨가 없어 이를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3차 청문회에선 ‘비선진료’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역시 ‘세월호 7시간 의혹’과의 연관성은 규명하지 못했다. 당일 상황을 알고 있는 행정관, 간호장교 등이 모두 불출석한 탓이다.

▶“말해봐”ㆍ“모릅니다”…무한반복 청문회 = 2차 청문회 질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쏟아졌다. 질문마다 김 전 실장은 “잘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그가 이날 모르겠다고 답한 횟수는 60여회에 이른다. 의원들은 김 전 실장의 ‘모르쇠’를 뒤집을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같은 질문만 쉼 없이 반복했다. 결국, 최 씨와의 관계를 증명할 증거 영상은 청문회 생중계를 지켜본 누리꾼으로부터 나왔다. 그제야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봤다”고 인정했다. 의원과 증인의 지루한 공방을 보다 못한 국민이 직접 나선 셈이다. 재계 총수가 총출동한 1차 청문회의 ‘성과’는 사실상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공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정경유착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취지완 거리가 멀다.

▶“최순실 좋아하냐?”ㆍ‘개싸움 게이트’ㆍ‘미용’…선정성 부각 =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2차 청문회에서 고영태 씨에게 “지금도 최순실 씨를 좋아합니까”라고 물었다. 고 씨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러면 미워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방청석에선 실소가 터졌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차 청문회에서 재계 총수를 향해 “촛불집회에 나간 적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이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마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고 씨는 청문회를 통해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서 최 씨와 싸우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는 ‘개싸움 게이트’로 희화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상태를 지적, 이에 대통령 전 주치의가 “정신건강상으로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하는 등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또 14일 열린 청문회는 박 대통령의 미용과 주사에만 질문이 집중돼 ‘세월호 7시간’은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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