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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성숙한 우리 사회를 본다
지난주에도 어김없이 전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7주째이다.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한 때문인지 시위 참가인원은 줄었지만 그 열기는 식지 않았고 멋진 시위 문화는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들은 참가한 인원이 도합 7백50만명이 넘었다고 전하고 있다. 6차 땐 광화문 광장에 2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왔다. 기록적이다. 청주의 인구가 83만, 전주가 65만 그리고 춘천이 27만 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촛불시위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참가한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큰 열망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주는 한판이었다.

분노와 허탈감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었지만 박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방법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었다. 각목, 최루탄, 폭력이 의례히 등장했던 시위현장은 질서정연하고 차분했다. 소수의 리더가 마이크를 들고 핏대를 올려 외쳤던 선동과 구호는 사라지고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 찬 문화 행사로 바뀌었다. 게다가 시위가 끝난 뒤 앞 다투듯 뒷정리를 하는 등 과거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단 한건의 사건도 없고 단 한사람도 연행되지 않은 대단한 촛불 시위였다.

요즈음은 뜸하지만 사회학, 인류학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사람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었다. 그중 하나가 군중(crowd)에 관한 것이다. 군중은 공통적인 관심사를 축으로 연대감을 느끼고 일시적으로 한 곳에 모여 있는 무리로 뭉뚱그릴 수 있다. 그 무리가 자제력이나 통제력을 지니느냐 아니냐에 따라 폭도 또는 패거리(mob)로 나뉘기도 한다. 또 관점에 따라 공중(public), 대중(mass), 무리(herd)로 세분해서 집단행동이나 의식을 연구하기도 한다.

어떤 이름을 붙이건 군중은 이성적인 개인들의 집합이아니라 심리적, 감성적 일체감을 지닌 다중이다. 무의식에 이끌려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 쉬운 집단이어서 난폭해 질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 소수의 리더에 의해 조정되고 행동하기 때문에 선전 선동의 한 가닥으로 연구되기도 했다. 그래서 군중은 대체로 부정적인 뜻을 지닌 개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번 촛불시위는 판이했다. 폭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 분노와 좌절은 놀라울 정도로 자제되고 걸러지면서 비폭력적이고 평화시위로 승화되었다.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엄숙주의를 뛰어 넘어 자유로운 목소리와 유희로 시대 개혁을 부르짖는 공간이고 기회였다. 모두가 모두를 이끄는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 주는 큰 놀이마당 이었다.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 심의에 들어갔다. 해결의 실마리는 잡힌 셈이다. 이제는 새로운 출구를 생각할 때이다. 정파적인 계산과 임기응변으로 어물쩍 넘어 가려 한다면 국민들은 준엄한 철퇴를 가하게 될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에는 민주주의 실현과 총체적인 사회개혁을 바라는 간절함이 깊고 짙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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