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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판 최순실 논란 ②] 재력에 뒤에는 아베의 권력까지…日 뒤흔든 비선실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 사이키 요헤이(斎木 陽平ㆍ24)의 관계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이키의 재단 프로젝트인 미래회의를 지원사격하고 나선 것은 비단 아베 총리뿐만이 아니었다. 민진당의 현 대표인 렌호(蓮舫) 의원과 민진당 전 대표인 오가타 가쓰야(岡田 克也),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 禎一) 전 간사장 등 유력 정치인들도 미래회의 강연에 참석했다. 특히 아베 저격수로 꼽히는 렌호 대표는 2014년부터 미래회의에서 강연을 맡았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와 계파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전 지방창생담당상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도 단체를 지원했다.

사이키 요헤이(斎木 陽平)가 2009년 게이오(慶應) 대학교 AO입시전형으로 제출한 자기추천서. 자택에서 아베 전 총리를 만나 정치토론을 나눴다고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사진=AO기주쿠]

사실 ‘킹메이커’는 사이키쪽이었다. 사이키 본인은 후쿠오카(福岡)출신이지만, 그의 증조부는 아베의 선거구이자 출생지인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시의 시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키는 주간신쵸(週刊 新潮)에 이같이 밝히며 자신의 할아버지가 야마구치 현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아베 총리와 그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 晋太郎)를 후원해왔다고 말했다. 또, 증조부의 여형제는 아베 총리의 외가인 기시(岸)가문의 사람과 결혼했다고 전했다. 즉, 아베와 사이키가 먼 친척관계라는 것이다.

사이키의 가족이 일본의 상위층에 속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4월 사이키 가족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초청받는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에 초대받았다. 행사 주최자는 아베 총리였다. 

지난 4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수상 관저에서 주최한 ‘벚꽃 보는 모임’(桜を見る会)에서 아베 부부와 사이키 가족이 찍은 사진 [사진=사이키 요헤이의 트위터 캡쳐]

사이키는 집안의 재력과 아베와의 친분을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높여왔다. 2009년 일본형 입학사정관제인 AO(Admission Officier)전형에서 사이키는 게이오(慶應) 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했다. 당시 사이키는 제출한 자기추천서에 “아베 전 총리와 ‘헌법’논의”라는 부제로 “기타규슈(北九州)시의 자택에서 아베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라며 아베 총리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홍보했다. 이 때문에 야마모토 이치로(山本一郎) 도쿄대학교 정책비전 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 겸 작가는 지난 7일 야후재팬에 게재한 기사에 “아베 신조와의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사이키가 게이오대학교 법학부에 합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사이키는 19세의 나이에 일본 AO입시학원을 설립했고, 학원 설립 2년 만에 고교생의 창업 및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재단인 ‘Re:Vision’(리비전)을 창설했다. 그리고 리비전의 활동 중 하나가 바로 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전국 고교생 미래회의’(이하 미래회의)다. 미래회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치 공부모임으로, 매년 여름 고교생이 정책토론회를 벌여 정책을 구성하고 가장 좋은 정책안을 제시하는 팀에게 상을 수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이키 요헤이(斎木 陽平)와 렌호(蓮舫) 민진당 대표 [사진=사이키 요헤이의 트위터 캡쳐]

사이키의 사업을 적극 지원한 정치인은 아베 총리뿐만이 아니었다. 렌호 민진당 대표는 미래회의가 처음 공식 설립된 2014년부터 강연자로 참가했다. 미래회의가 고교생 정책회의체이기 때문에 참가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지만, 특혜 의혹은 존재한다. 당시 미래회의는 2013년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토론회의를 주최한 것 외에 뚜렷한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자민당과 민진당, 오사카 유신회와 공산당 등 주요 정당의 정치인들이 미래회의에서 멘토로 활약했다. 사이키의 인적 네트워크가 정계 곳곳에 뻗쳐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 학생운동 단체 ‘실즈’(SEALDs)의 창시자인 오쿠다 아키(奧田愛基)는 지난 6월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를 향한 청년들의 기자회견’ 행사에서 같이 참석한 사이키를 향해 “어차피 넌 나중에 자민당 후보로 나올 것 아냐”라고 비꼬기도 했다. 사이키의 화려한 배경을 두고 한 발언이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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