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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수엘라, 전격 화폐개혁… 화폐난 다스릴 수 있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갑작스럽게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지폐의 통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국경 밀매를 차단하기 위한 것인데, 가뜩이나 심각한 화폐 부족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100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 단위) 지폐의 사용을 14일부터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중앙은행에서 해당 화폐를 교환할 수 있다.



100 볼리바르 지폐는 암시장에서 미화 2센트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에서 최고액권이자 가장 널리 통용되는 화폐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100 볼리바르 지폐는 무려 60억 장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00 볼리바르 유통을 금지한 15일부터는 6종의 신규 지폐와 3종의 신규 동전을 발행해 화폐 부족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지폐 중 최고액권은 2만 볼리바르로 미화 5달러 상당의 가치가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이같은 극단적인 처방을 하고 나선 것은 콜롬비아와의 국경지대 마피아들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마피아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보조금을 댄 생필품들을 싼 값에 사들여 콜롬비아에서 비싸게 파는 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물자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베네수엘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석유값 폭락으로 국가경제가 무너지면서 암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볼리바르 가치는 지난달에만 55%나 추락했고, 공식 통계는 없지만 올해 인플레율은 5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화폐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됐다. 신용카드가 없다면 한끼 밥값을 내는 데에도 볼리바르를 한 가방 가득 져다 날라야 한다. 요즘에는 아예 계좌이체로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의 방침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60억 장에 달하는 지폐 사용을 고작 사흘 간의 여유기간만 주고 금지시킨다는 것에 국민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오히려 화폐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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