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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與信 ‘구원투수’로 뜬 30년 금융맨
-은행·카드사 거친 민간 출신 첫 여신금융협회장 김덕수…“세종대왕 애민정신 되새기며 회원사 소통 강화 주력”


위기에 처한 조직일수록 리더의 역할과 자질이 중요하다.

여전업계는 올해를 사상 최대의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연 6700억원의 카드사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한편 핀테크의 부상으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생존 경쟁이 격화됐다.

연초부터 업계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를 우려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월 그는 여신금융협회 최초의 민간 출신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30년 가까이 은행과 카드사를 거치며 현장을 겪은 협회장인 만큼 업계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 건물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로 숨가쁘게 달려온 그는 이제 여전업계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드는 본격적인 밑그림 그리기에 한창이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인맥이 재산” 외유내강형 리더를 꿈꾸다=김 회장은 은행원 출신이다. 지난 1987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2013년 7월 국민카드 부사장으로 옮길 때까지 26년 가량을 은행에 몸을 담았다.

그는 은행원 시절을 현재의 그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영업뿐 아니라 인사, 기획 등 은행 전반의 업무를 폭넓게 맡아봤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사부 경험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협회 직원들이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젊은 직원들에게 늘 조언하는 것도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라”는 메시지다.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공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은행에 입행하게 됐습니다. 입행 후 영업,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해 여러 경험을 했지만 특히 인사 파트에 근무하면서 은행 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쌓은 인맥들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이자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하죠.”

그 덕분에 김 회장은 업계 안팎에 적(敵)이 없는 ‘덕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평소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유연한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덕장이란 말은 과찬인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어떤 현상이나 현안에 몰입하는 성격 때문에 주변 지인들은 저를 오히려 예리하고 날카롭게 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러한 저의 집요한 성격은 줄곧 금융인으로 외길을 걸어온 경력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다재다능한 인재형은 아니지만 전문성과 유연한 사고를 두루 갖춘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서 여전업계 안팎을 잘 살피는 협회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종대왕 ‘애민정신’처럼…업계와 소통 강화 최우선=김 회장은 최근 지인의 소개로 ‘세종처럼’이라는 책을 읽었다. “단 한 명의 백성도 하늘처럼 받들어라”라는 세종대왕의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다룬 책이다.

그는 “시대가 바뀌어도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면서 “업계 대표 또는 협회의 리더로서 세종의 ‘애민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머릿속에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도 업계와의 소통이다. 그는 회원사의 신속한 의견수렴과 소통 강화를 위해 옴부즈만 제도를 준용한 ‘VOM’(Voice of members)과 ‘RM’(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도입했다. 협회 조직도 ‘기능 중심’ 체계(2본부 1원 1연구소 10부 2실)로 개편해 회원사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향후 국회 정책토론회나 국회의원ㆍ회원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등을 정례화해 업계와 국회 간 소통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수수료, 카드론 등을 둘러싼 카드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수익이 늘었지만 이는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비용 절감 노력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영세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 인하의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보다는 세제 혜택이나 굵직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는 카드대출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카드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투자여력을 약화시켜 국내 지급결제 시장의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김 회장이 차기 협회장으로 결정됐을 때 업계에서 그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이미 은행연합회ㆍ생명보험협회ㆍ손해보험협회ㆍ금융투자협회ㆍ저축은행중앙회 등 다른 5개 금융협회장직은 민간 출신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신금융협회에서도 민간 출신 협회장이 업계를 대변해 제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협회는 향후 여전업계에 꼭 필요한 업무 허용 등 영업환경을 개선해 나감과 더불어 업권 내 경쟁심화로 인한 비용증가를 완화할 수 있는 공동사업 개발을 검토하는 등 여전업계 동반성장을 이끌어 회원사가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여전업계 구원투수=김 회장은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며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해결사로 떠올랐다. 카드업계와 리스ㆍ할부금융업계가 핀테크의 급속 발전, 타 금융업권과의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현 상황은 그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다시 한 번 시험할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저는 민간 기업을 경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살려 금융산업의 변혁기인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변환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14년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사태를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카드사 임직원 모두가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했다”면서 “당장은 힘들더라도 모든 일은 원칙, 순리에 따라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단결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어떠한 위기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각종 간편결제(페이), 핀테크의 도입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카드업계에 대해서는 업계 공동대응을 통한 상생 발전을 도모할 예정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각종 페이들이 당장은 인프라 부족으로 카드사와 제휴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를 뺀 고객-가맹점 간 ‘다이렉트 연결’이 가능해지면 카드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카드업계가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외 핀테크 사례를 연구ㆍ발표하고 있다”면서 “또 카드사와 함께 모바일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관련 국내 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하려는 노력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카드사간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국내 지급결제시장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비자, 은련 등 국제 브랜드사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김 회장은 “이번 공정위 제소 결과를 잘 살펴 국제 브랜드사가 국내 시장에서 불합리하게 수수료를 인상할 수 없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오래된 (수수료) 계약관계를 수정할 수 있도록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신용평가사의 저평가로 인해 캐피탈사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도 협회 차원의 대책을 추진할 생각이다.

그는 “여신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주선해 정보교환 및 소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평사와 여전사의 정보 비대칭을 축소해 업계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회원사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온렌딩(중소기업 간접대출 지원 제도) 대출 취급가능 여전사가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는 회원사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설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여신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적극 부응하고자 협회장 취임 후 새로 신설한 상시지원실에서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 회원사의 현지 인ㆍ허가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금융당국과 조율함으로써 회원사의 해외진출을 도와 나갈 계획입니다”면서 “이를 위해 해외진출 성공사례 및 벤치마킹 모델을 조사ㆍ연구해 회원사에 제공함으로써 회원사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순식ㆍ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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