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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르쇠’국조 증인들 ‘위증죄’처벌 가능할까
거짓말 증거 있을때만 위증 성립

‘기억 안난다’ 답변땐 적용어려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위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열렸던 국조 특위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최순실 조카 장시호 등이 모두 위증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증인들이 국회의원들의 집요한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 과거 발언을 뒤집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면서 위증 논란을 일으킨 것.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 김종 전 차관을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증 논란을 유발한 증인들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위증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김모(54)씨 사례가 참고할만하다. 김 씨는 2015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고인 차모 씨에 대한 사기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2009년 4월14일 당시 DM테크놀로지 주식을 2500만주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이 주식을 850만주만 보유하고 있었다.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게 진술해 김 씨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하지만 김 씨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증죄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해 성립하는 것”이라며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증인의 기억에 반하는지 여부를 가려보기 전에는 위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에서 증언이 객관적 사실이 아니어도 기억에 따라 진술한 것이면 위증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기억이 틀렸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위증을 인정하려면 진술 내용이 증인의 기억에 반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따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김 씨가 기억에 반해 증언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틀린 사실이어도 자신의 기억에 따라 증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 전 차관 등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이 점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위증죄가 ‘기억에 반해 증언하는 것’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애초에 범죄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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