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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평등 세계의 민낯] 고소득자 탈세 만연한 伊…개헌 좌절 이면엔 ‘소득격차’
“우리가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데 왜 혜택은 가장 적냐”, “우리가 낸 세금을 왜 난민에게 쓰는가”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개헌을 좌절시킨 국민투표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바로 ‘이탈리아 분리주의’의 북부동맹과 ‘기득권 타파주의’의 오성운동의 연대였다. 북부동맹이 중앙정부의 부자과세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 오성운동은 빈부격차 심화가 불만이었다. 소득 양 끝에선 최고소득자와 최저소득자들이 정치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소득 양극화의 이면에는 조세 양극화가 존재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6년 집계한 이탈리아의 세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3%로 회원국 35개국 중 6번째를 차지한다. 이중 이탈리아 상위 10%가 지불하는 소득세의 비중은 42%에 달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도 각각 30~40%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상위 소득자 10%에 43~49%에 달하는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저소득자의 소득증대와 복지 향상을 위해 고소득자에게 부담이 편중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상위 소득 2.7%가 전체 소득세의 51.6%를 부담하고 있다. 1972년 고소득자의 최고세율이 70%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위소득 1%가 부담한 소득세가 전체 소득세의 18%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높은 소득 대비 양질의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고소득자들이 불만을 품게 된다는 사실이다. 북부동맹은 이러한 논리로 이탈리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해왔다. ‘북부의 황금알을 가져가는 로마정부’라는 북부동맹의 포스터는 양극화된 소득으로 탄생한 조세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EU 28개국의 1인당 GDP 평균과 비교했을 때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는 EU평균보다 25%가 높지만, 나폴리가 있는 남부지역은 EU 평균의 7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로마를 제외한 중부지역도 북부 공업지대와 비교해 EU 평균의 75~90% 수준으로 낮다.

이탈리아에서는 고소득자의 탈세가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탈리아에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미우치아 프라다, 발렌티노 가문 등 유명인 모두 탈세 혐의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탈리아 당국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의 탈세 규모는 연간 1600억 달러(약 18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3년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러시아로 망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프랑스가 75%의 부유세를 폐지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탈세를 위해 싱가포르 영주권을 따거나 이주를 하는 일본 고소득자에 대한 출국세를 도입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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