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원호연 사회섹션 사건팀 기자] 232만 촛불민심 가리는데 급급한 경찰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 또다시 232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집회 중 처음으로 등장한 횃불은 3차 대국민 담화로 분노한 민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현장에서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은 여전히 민심의 소리를 집권세력에게 들리지 않도록 차단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촛불 민심을 대하는 경찰의 안이한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발생했다. 2만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은 탄핵에 반대하는 여당의 태도에 분노를 표시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고 당사를 향해 계란을 던지고 새누리당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이들이 자리를 뜬 뒤 의경을 포함한 경찰 기동대가 당사 이곳저곳에 묻은 계란을 닦고 치웠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여당의 하수인이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해당 지휘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경찰 지휘부는 “평소에도 늘 했던 일인데 왜 이번만 문제가 되냐”는 식이다. “기동대원들이 당사 앞에서 계속 경비를 서야하는데 치우지 않으면 냄새 때문에 대원들이 힘들다“는 반박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의 ‘자원봉사’가 민심을 들어야 할 여당의 귀를 가렸다는 점이다. 마땅히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집회 후 흔적을 닦고 치우면서 그들을 향한 민심의 준엄함을 느끼고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봤어야 했다.

경찰의 정권 ‘심기경호’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법원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어떤 공익보다 중요하다”는 판결로 집회 주최측이 신고한 행진을 잇달아 허용했음에도 경찰은 매번 ‘교통소통’을 이유로 행진을 율곡로 이남에 국한하려 했다. 행진 루트에는 일반 관광버스까지 대절해서 빈틈없이 차벽을 세웠다. 평소에도 경복궁 인근으로는 아예 시위용품을 지닌 채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질서와 교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청와대가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역사 상 수많은 정권이 주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담장을 쌓고 경비병을 세웠다. 민심과 멀어진 정권은 결국 부패와 학정으로 국가를 망쳤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경찰이 정권의 사병 노릇을 할 이유는 없다. 경찰은 정권이 아닌 국가의 수호자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찰이 정권의 안위보다 주권자인 시민의 의사를 먼저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