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갈길 먼 보행천국②] ‘불법 입간판’ 골목 점령…업주 “단속요? 또 사면 돼요”
-다동ㆍ무교동 골목 입간판 빽빽…통행 방해 ‘장애물’

-설치 규정 있지만 대부분 무시…현장 단속도 어려워

-업주들 “불법 알지만…홍보효과 더 커서 포기 못해”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서울 중구 다동ㆍ무교동, 골목마다 입간판이 빽빽했다. 골목 폭은 3~4m가 채 안돼 보였고 가게에서 홍보를 위해 내놓은 입간판이 시민들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와 입간판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는 얼핏 봐도 아슬아슬했다. 보행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은 수시로 연출됐다. 약 100m를 걸으며 세어 본 입간판은 모두 20여개에 달했다.

[사진=서울 중구 다동ㆍ무교동 일대는 골목길 마다 입간판이 가득하다. 빽빽한 입간판은 보행 불편은 물론 안전 사고도 유발한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허가 스티커가 없는 입간판은 모두 불법이다. 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입간판은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는 선으로 사유지 벽면 1m 이내에 둘 수 있다. 높이는 1.2m 이하여야 하며, 전기나 조명 장치는 쓸 수 없다. 이외에 모든 조건이 맞더라도 관할 자치구 등에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서울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입간판 대부분에 허가 스티커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9월 말 기준 서울 시내 불법 입간판 단속은 1만7671건으로 한달 평균 1963건에 달한다. 2만3363건을 단속한 작년 평균(1946건)보다 늘었다.

업주들이 불법 입간판을 두는 까닭은 홍보 목적이다. 큰 돈이 들지 않아도 되는 입간판은 보행자들 눈에 쉽게 띄어 ‘가성비’가 높다. 무교동 한 호프집 직원 A 씨는 “알바생을 한 명 더 고용하는 효과가 난다”며 “요식업인 만큼 고객 한 명이라도 더 눈길을 끌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가게도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판국에 우리만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단속 절차도 난립을 부추긴다. 불법 입간판 단속은 각 자치구가 주도한다. 담당 직원들은 수시로 관할 구역을 순찰, 민원이 생긴 곳을 확인한다.

계도 이후에도 적발되면 입간판을 몰수, 다시 찾아가는 상인 대상으로 규격에 따라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게 보통이다. 싸게는 15만원, 보통은 70~80만원을 넘나드는 과태료가 매겨지니 상인들은 아예 입간판을 새로 만든다. 압수된 입간판은 찾아가지 않는 한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과태료는 현장에서 부과하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금액이 만만찮은 만큼 다시 찾아가는 상인에게 한해 (과태료를) 받고 있다”며 “에어라이트(풍선형 입간판)는 165만원 이상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해 그냥 돈 내느니 새로 사는 상인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중고 기준 일반은 5만원 이하, 풍선형은 10~20만원 이하로 입간판은 과태료보다는 한참 저렴하다. 단속이 이뤄져도 다시 찾지 않고 비교적 싼 가격에 다시 사면 그만이니 상인들도 단속 자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불법 입간판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중구 등 상권이 밀집된 몇몇 자치구는 기존 원칙에 맞게 액수에 상관없이 단속과 동시에 과태료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불편 입간판은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을 통해 간편히 신고할 수 있다. 담당 자치구는 신고를 접수하는 즉시 단속원을 파견, 처리 결과를 신고자에게 통보한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