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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재난 소설에서 우리가 만나고 싶은 이야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천재지변이 발생한다. 하늘에서 회색눈이 끝없이 쏟아지더니 아예 시커매진다. 지구는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다. 재난의 끝에 최후의 날이 온다고 한다. 마지막 날이 가까워지자 거의 모든 사람들은 행렬을 이뤄 도시를 떠난다.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작되는 장은진의 소설 ’날짜 없음‘(민음사)은 재난으로부터의 탈출의 서사가 아니라 재난 속 남기로 한 종말소설이다. 



사람들이 떠난 텅빈 도시 한켠에 작은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회색도시에서 유일하게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행렬을 따라가지 않고 남기로 약속한 연인이 있다. 그들은 막 사랑에 빠진 연인이다. 아직 해 보지 않은 것, 나누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떠나지 않은 그들은 얼마나 버틸 수 알 수 없지만 남거나 떠나거나 마찬가지다. 보장된 미래는 없기때문이다. ‘미래 없음’과 ‘확신 없음’사이에서 그들은 떠날 이유가 없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하루를 1년처럼 생생히 보내며 기억하려 애쓴다. 설렘과 질투, 신뢰와 다툼 같은 인간이 지닌 다양한 감정의 색채가 회색도시와 대조적으로 펼쳐진다.

컨테이너 박스에 도시에 얼마남지 않은 이웃들이 방문한다. 매일 가게 문을 여는 분식집 아주머니, 재활용이 의미 없어진 도시에서 폐지를 주우며 돌아다니는 할머니, 끊임없이 내리는 유독한 눈에 부자가 된 우산 장수, 재난에도 우울해하지 않는 당돌한 고등학생, 그리고 남자의 옛애인까지 고립돼 홀로 남은 자들의 만남이 이뤄진다.

줄곧 외롭고 고독한 혼자인 이들을 주목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고립과 만남의 의미를 이어간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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