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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교훈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 가고 있다. 매년 이 맘 때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차분히 다가올 새해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곤 한다. 전국이 성난 민심으로 촛불바다로 변한 올해의 끝자락에서는 여느해 보다 깊은 반성이 앞선다.

사상 초유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은 지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도 신뢰(信賴)가 무너졌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정책과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한 달 새 국정운영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며 국가를 구성하는 기초를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신뢰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굳게 믿고 의지함’을 뜻한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무한 신뢰를 받았던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이로인해 국민이 갖게 되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공허하기만 하다.

신뢰가 무너진 정부의 제 기능 속에서 우리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고 있다. 해법과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발목이 잡히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 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2월 전망치도 91.7로,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9개월 연속 기준선 이하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이같은 여파로 내년 실업률이 16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실업률은 3.9%로 올해(3.7%)보다 0.2%포인트 높아져 외환위기 후인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고용률 역시 60.5%로 올해보다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내수경제도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95.8)는 7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책을 세워야 할 박근혜 정부는 생명 연장의 민심에 어긋난 희망을 품고 연명하고 있다.

공자(孔子)는 신(信)의 의미를 매우 중요시 여겼다. 제자 자공(子貢)이 정치의 기본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足食), 군대를 충분히(足兵), 그리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民信)”이라고 했다. 이에 자공이 세 가지 중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우선에 둬야 하는가 묻자 공자는 군대를 먼저 포기하고 그 다음은 식량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공자는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교훈을 가르쳤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출발점이고 조직과 사회를 건전하게 정화시킨다. 신뢰를 쌓아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신뢰는 한순간 사라지기도 하지만 한 번 깊이 뿌리내리면 아무리 큰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 위기 속에 처해 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실정(失政)한 정부가 가느다란 생명 연장의 기대를 버리고 당당히 국민 앞에 나서 심판을 받는다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국민은 다시한번 신뢰의 손을 내밀 것이기 때문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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